수도권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오름세가 두 달 연속 수그러들면서, 집값이 천정을 치고 내리막길로 가는 길목에 진입한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한여름 소폭의 상승률 둔화라고 보면서도, 추세적 하락세에 접어들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8월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 전달에 견줘 수도권 매매가격은 0.33%, 전세가격은 0.44%, 월세가격은 0.04% 상승했다고 31일 밝혔다. 7월보다 매매가격 상승률은 0.02%포인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07%포인트 줄어든 셈이다. 올 들어 처음으로 두달 연속 상승률이 둔화했다.
8월 매매가격 변동을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0.33%, 지방은 0.21% 상승했다. 지방에서는 대구(0.80%), 제주(0.56%), 광주(0.34%), 경북(0.30%) 등은 상승했으나 세종(-0.01%)은 하락했다. 서울은 0.37% 상승했으나 지난 6월(0.50%) 이후 두달 연속 오름폭이 낮아졌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서울(0.46%)이 7월보다 0.07%포인트 축소되면서 6월(0.70%) 이후 두달 연속 오름폭을 줄였다. 지방에서는 세종(-0.03%) 하락했으며, 대부분 지역은 소폭 오름세에 그쳤다. 월세가격은 수도권, 지방 모두 0.04% 올랐는데, 전국적으로도 지난달보다 상승폭이 0.01%포인트 확대됐다. 유형별로는 일반 월세(보증금이 1년치 월세 미만)는 0.05% 하락했지만 준전세(보증금이 전세금의 60%를 초과하는 월세)는 0.19%로 오름폭이 컸다.
한국감정원은 7월에 이어 8월에도 수도권 매매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대한 우려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매수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또 전세가격 오름세가 다소 주춤해진 것은 실수요자들의 매매전환이 꾸준한 가운데 임차인의 월세 이동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두달째 이어진 집값 상승 둔화가 집값 하락을 예고한 추세적 흐름인지는 아직 단정 짓기 이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매매·전세가격의 상승폭이 크게 낮아진 것이 아닌데다,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도 6월(1만6094가구)에는 늘었다가 7월(1만5936가구)에는 다시 소폭 줄어드는 등 주택시장 수급 상황도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경제 불안, 가계부채 부담 등이 변수”라면서 “주택 매매가격은 상승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크지만 전세시장은 월세 증가라는 구조적 요인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전세난이 여전한 가운데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실수요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매매가격은 당분간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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