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판매 대리점이 밀집해 있는 서울 용산의 전자상가를 찾은 고객들이 휴대폰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지금 단말기 지원금 수준으로는 지원금 대신 매달 20%의 요금할인을 받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우리도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하고 요금할인을 받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통사가 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5만원 이상이나 삭감하니 어쩝니까.”
며칠 전 한 이동통신 유통점 대표가 <한겨레>를 찾아와 이런 하소연을 했다. 한마디로 “가입자를 속이고 싶지 않은데, 그러면 이통사가 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깎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거짓 설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입자 유치 수수료란 가입자 유치 대가로 이통사가 유통점에 주는 돈이다. 그는 “‘24개월 동안의 요금할인액을 합치면 얼마인데, 지원금은 얼마밖에 안되고 추가로 고율의 단말기 할부금 이자까지 물어야 하니,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게 최소 15만원 이상 이익’이라고 설명하면 깔끔하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설명하며 가입자한테 불리한 선택을 하게 만들려니 우리 마음도 불편하다. 그놈의 돈이 웬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이통사들이 언론에 ‘요금할인 선택 비율이 많다’고 앞다퉈 얘기하고 있던데, 유통점들이 요금할인의 이점을 제대로 안내하면 전부 다 요금할인을 선택할 것이다. 9월이 이통사 임직원 실적 평가철이라서 그런지, 요즘은 가입자한테 필요하지도 않은 부가서비스 권유 압박까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금할인은 단말기 지원금 대신 약정기간(12~24개월) 동안 다달이 요금을 20%씩 할인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말기를 잘 관리하며 오래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말기 유통법) 시행 때 도입됐다. 처음에는 요금할인율이 12%였다가 지난 4월 단말기 지원금 상한이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조정되면서 요금할인율도 20%로 높아졌다. 요금할인의 경우, 이통사들이 가입자한테 인심을 쓰는 게 아니라 법으로 도입됐기 때문에 이를 방해하는 건 불법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요금할인을 선택한 가입자에 대해 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삭감한 엘지유플러스(LGU+)에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21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이런 제재 결정을 하며 “이통 사업자가 요금할인제 가입 조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이용자가 자신의 통신 이용 패턴을 꼼꼼히 살펴 합리적인 선택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앞세워 가입자의 요금할인 선택을 방해하지 말고, 나아가 가입자별 이용행태에 최적화된 요금제 추천을 통해 ‘이동통신 낙전수입’ 문제를 해소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 현장에선 거꾸로 가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방통위 현장조사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통점 대표들에게 ‘요금할인 선택자에 대해서는 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5만원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유통점 대표들의 말을 들어보면, 요금할인을 선택한 가입자에 대한 유치 수수료 삭감 폭은 갈수록 커져 지금은 7만원까지 벌어졌다. “요금할인 안내를 잘하고, <한겨레>가 선도적으로 제기해온 이동통신 낙전수입 문제만 해결해도 가계통신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텐데….” 유통점 대표가 발길을 돌리며 남긴 말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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