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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전기, 중소기업 기술 뺏었다”

등록 2005-10-12 23:02수정 2005-10-13 07:17

유망 벤처 망하게한 ‘기술 도둑질’ 중소기업 기술탈취 전말과 판결 의미-삼성이 특허 도용 뒤 거래 끊어 부도
유망 벤처 망하게한 ‘기술 도둑질’ 중소기업 기술탈취 전말과 판결 의미-삼성이 특허 도용 뒤 거래 끊어 부도
특허심팜원 “특허권 침해”심결… 삼성쪽 “항소할 것”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휴대전화와 관련된 특허기술을 모방해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심결이 나왔다. 중소 협력업체와 대기업 사이의 기술 분쟁이 부당한 납품단가 결정과 비용 전가 못지않게 문제가 되고 있지만, 대기업의 보복을 우려해 쉬쉬해 온 게 관행이어서, 이번 심결은 중소기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12일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은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중소기업인 ㈜슈버를 상대로 낸 권리범위 확인 심판 청구와 관련해 슈버가 보유하고 있는 폴더형 휴대폰 자동개폐 장치(이하 오토폴더) 관련 특허를 삼성전기가 침해했다는 심결을 내렸다. 특허심판원의 심결은 특허 재판에서 1심에 해당한다. 특허심판원은 슈버와 삼성전기에 통보한 심결서에서 “슈버가 보유한 오토폴더 10개항의 특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제1항을 포함해 모두 6개항을 삼성전기가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슈버를 대리한 세기특허법률사무소의 박희진 변리사는 “이번 심결은 중소기업이 힘들여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이 모방과 회피설계(기존 기술과 기본개념은 같지만 일부 내용을 살짝 바꾸는 것)를 통해 사실상 탈취해가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슈버는 1999년 오토폴더 기술 개발에 성공해 2001년부터 삼성전자에 납품을 시작했으나, 2001년 말 삼성전자가 거래를 끊고 오토폴더 공급선을 같은 계열인 삼성전기로 바꾸자, 자신들의 기술이 탈취당했다며 시정을 요구해 왔다. 슈버는 삼성 쪽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지난해 2월 말 삼성전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기도 이에 맞서 지난해 3월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특허심판원에 이를 확인해 달라는 심판청구를 냈다. 슈버는 삼성전자의 거래중단 조처 이후 극심한 경영난과 금융권의 대출금 회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부도가 났다.

슈버의 신관수 이사는 “대기업이 말로는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아무 대가 없이 빼돌린다면 유망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김승일 연구위원은 “앞으로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 탈취와 관련한 법률구조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는 “슈버의 특허기술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특허법원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삼성전기, 중기 특허침해 심결 안팎…유망 벤처 망하게한 ‘기술 도둑질’
“중소기술보호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삼성과 슈버의 특허분쟁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부당하게 탈취해 벌어지는 수많은 피해 사례의 하나로,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라는 게 중소기업들의 지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김승일 연구원은 “그동안 중소기업이 힘들여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이 부당하게 빼앗거나 유출하더라도 기존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소송비용 부담 때문에 수면 위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어도 밉보이면 당장 거래가 끊기기 때문에 속으로만 끙끙 앓고, 겉으론 내색을 못한다”고 털어놨다.

삼성의 (주)슈버 소유 특허기술 탈취 분쟁 일지
삼성의 (주)슈버 소유 특허기술 탈취 분쟁 일지

지난 4년 동안 한국 최대기업 삼성을 상대로 힘겨운 특허침해 분쟁을 벌인 끝에 승리한 ㈜슈버의 신관수 이사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삼성이 우리 기술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은 확신했지만 과연 거대기업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습니다.” 우리 현실에서 조그만 중소기업이 삼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휴대폰 부품을 공급한 적이 있던 한 중소기업인은 “재벌 대기업이 중소 벤처기업에게 기술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관행”이라면서 “관련기술을 다른 계열사에 넘기거나 말을 더 잘듣는 다른 중소기업에 넘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한때 벤처 성공신화를 꿈꾸는 유망 기술벤처였던 슈버가 불과 몇 년 만에 부도기업으로 전락한 사연은 한편의 드라마 같다. 슈버는 1999년 폴더형 휴대폰의 자동개폐 장치 기술 개발에 성공해 특허출원을 냈고, 삼성전자에 납품까지 결정되면서 앞날이 보장되는 듯했다. 슈버는 이를 위해 10억원을 빌려 설비투자까지 했고, 2001년부터는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버튼 하나로 폴더가 자동으로 여닫히는 애니콜은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슈버의 매출도 2000년 13억원에서 2001년에는 80억원으로 6배나 급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2001년 말 갑자기 거래중단을 통보하면서,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대신 계열사인 삼성전기로 거래처를 바꿨다. 슈버는 “삼성이 이중플레이를 통해 자신의 특허기술을 탈취한 뒤, 결국은 거래마저 끊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정부와 대기업들은 양극화 극복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 5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4대 그룹 총수들이 간담회를 열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생의 동반자가 아니라, 여전히 후진적인 지배-종속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기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박희진 변리사는 “대·중소기업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를 위해 정부나 법원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은 그동안 국내 어느 기업보다 중소 협력업체들과의 상생협력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워하며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최혜정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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