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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전자·애플이 ‘핀테크’ 간편결제에 열 올리는 까닭은?

등록 2015-10-04 20:35수정 2015-10-05 10:30

삼성전자 건물에서 한 관계자가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건물에서 한 관계자가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원 박아무개(39)씨는 오늘도 퇴근길 ‘쇼핑’에 나선다. 엊그제 사줬어야 할 아이 학원 교재, 오랫동안 가격비교 했던 공기청정기, 남편의 가을 셔츠…. 비어 가는 쌀독을 떠올리며 햅쌀도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구매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말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나 구입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스마트폰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했지만 공인인증서 설치가 무척 복잡하고 어려웠다. 이제는 공인인증서 없이도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를 선택하고 간단히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스마트폰 메시지로 인증번호를 받으면 된다.

일상생활 속에 깊이 들어온 ‘핀테크’
‘3초 결제’ 시대 20여개 ‘페이’ 난립

카카오페이 회원 500만명 넘어
페이코·시럽페이·네이버페이 줄줄이

‘오투오’(O2O) 주목…‘삼성페이’ 대표적
카드리더기에 스마트폰 대면 결제 끝

“삼성페이 매출보다 갤럭시 판매 극대화”
삼성페이 결제 때 별도 수수료 없어
국내 핀테크, 여러 금융분야로 확산중

김아무개(41)씨 지갑은 날로 얇아져 간다. 신용카드가 현금 자리를 대신하며 납작해진 지갑은 이제 스마트폰에 밀려났다. 혹시 몰라 지갑처럼 생긴 스마트폰 케이스에 신용카드 몇 장을 넣고 다니지만 쓸 일이 거의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는 물론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구입하고 커피 한 잔 사 마실 때도 스마트폰만 들이밀면 끝이다.

‘핀테크’가 일상 깊이 들어오고 있다.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이 만나 복잡한 공인인증 절차도, 신용카드를 내고 서명하는 과정도 생략되거나 간소화됐다. ‘3초 결제’ 시대에 소비자들이 돈 쓰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핀테크의 가장 대표적이고 기초적인 사업 모델인 ‘간편결제’가 일상화된 것이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와 ‘핀테크’를 언급하기 전인 2013~2014년 이미 엘지유플러스의 페이나우와 비씨카드의 페이올 등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동통신 3사의 소액결제를 지원하거나 가상 카드번호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회원 500만명을 모았고, 엔에이치엔(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페이코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고 8월 정식 출시했다. 에스케이(SK)플래닛의 시럽페이, 네이버의 네이버페이도 줄줄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결제하도록 만든 서비스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별도 앱 없이 메신저를 활용하거나 제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은행, 카드사, 통신사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국내 1위 포털 사업인 네이버의 네이버페이는 5만여 인터넷 쇼핑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네이버 검색 결과 등장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네이버 아이디만으로 간편하게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는 각각 메신저 이용자와 쇼핑 검색 이용자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려는 게 간편결제 출시의 배경인 반면, 카드사와 인터넷 쇼핑몰의 간편결제는 각각 카드 이용자와 쇼핑객의 이용 편의를 높여 매출 증대를 꾀하려는 목적이 크다.

더욱 주목받는 것은 이른바 오투오(O2O·online to offline) 시장이다. 모바일로 결제하고 실생활에서 직접 상품과 서비스를 받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계를 뜻한다. 인터넷·모바일에서 쇼핑하고 물건을 배송받는 데서 나아가 실생활에서 직접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간편하게 결제하고 물건과 서비스를 손에 쥘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모바일과 실생활이 통합되면 소비자는 더욱 편리하게 돈을 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페이가 대표적이다. 올해 4월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플러스 이용자는 삼성페이 앱을 실행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신용카드를 찍고 비밀번호·보안코드 등을 입력하면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물건을 살 때 기존 카드리더기에 스마트폰을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간편한 방식이다.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면 똑같이 쓸 수 있다. 이런 편리함 덕분에 삼성페이는 출시 한달 만에 국내 누적 가입자 5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최근 60만명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하루 최대 거래액은 8억여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인터넷 쇼핑을 중심으로 20여가지 다양한 페이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는 가운데 삼성페이가 주목받는 것은 인터넷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다. 삼성페이보다 20여일 앞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코도 한달여 만에 150여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별도 앱 설치 없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모바일·피시에서 이용이 가능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앱 설치 뒤 결제수단을 등록해 놓으면 이용할 수 있는 간편함이 힘을 발휘했다. 페이코는 티머니와도 연동시켜 기존 티머니 결제 단말기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페이는 마그네틱 결제 방식(MST)과 근거리 무선네트워크(NFC·엔에프시)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반면, 페이코는 엔에프시 방식만 지원한다는 점이 다르다. 미국 등에서 지난해 9월부터 서비스되고 있는 애플사의 애플페이는 카드 등록 등 사용 방식은 삼성페이와 같지만 역시 엔에프시 방식만 지원한다. 국내에선 엔에프시 방식 결제단말기 보급률이 낮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50만여곳 가운데 엔에프시 단말기는 10만대를 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페이코를 운영하는 엔에이치엔엔터는 자체 결제단말기를 2017년까지 30만대 이상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애플페이를 미국에 이어 영국에 상용화했고 캐나다, 중국, 한국 등으로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북미 지역에서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같은 단말기 제조사가 간편결제에 주목하는 까닭은 스마트폰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여 판매량을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페이 업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B2B개발팀 관계자는 “삼성페이 자체로 매출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편리한 삼성페이를 매개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페이 결제 때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등 대형유통사들도 앞다퉈 간편결제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다만 이들은 기존 자사 멤버십 회원 등의 결제 편의성을 높여 고객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

국내 핀테크의 주요 사업영역은 아직까지 간편결제에 몰려 있는 모양새지만 국외에선 핀테크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벤처기업 조사회사 ‘벤처 스캐너’ 집계를 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세계 53개국에서 1141개 핀테크 기업이 결제는 물론 개인금융, 기업금융, 자산운용, 해외송금, 보험 등 모든 금융업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신용카드사, 모바일 플랫폼 기업, 단말기 제조사 등이 기존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핀테크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핀테크 자체가 사업영역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삼정케이피엠지(KPMG) 집계로, 세계 핀테크 투자 규모는 2010년 18억2400만달러(2조1400억원)에서 지난해 120억4400만달러(14조1700억원)로 급증했다.

미국의 피투피(P2P) 대출 핀테크 기업인 렌딩클럽은 지난해 말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8억7000만달러 조달에 성공했고, 소상공인 대상 온라인 대출업체 온덱 역시 지난해 말 2억달러를 끌어모으며 기업공개에 나섰다. 두 기업 모두 정보기술을 활용해 자금을 모아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출해주는 방식의 핀테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간편결제의 선구자 페이팔은 다양한 금융서비스 확장을 시도하고 있고, 구글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구글월렛에 이메일 기반 송금 서비스를 추가했다.

2011년 창업한 영국의 핀테크 기업 트랜스퍼와이즈는 피투피 해외송금 업체다. 예컨대 영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하려는 사람과 미국에서 영국으로 송금하려는 사람을 정보기술로 찾아 서로 연결해줌으로써 국내 송금만으로 해외송금과 환전 효과를 발생시키는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수수료는 기존 은행의 10분의 1 수준만 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 트랜스퍼와이즈 방식은 이른바 ‘환치기’에 해당하는 외국환거래법 등을 위반한 불법행위다. 탈세나 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인데, 트랜스퍼와이즈는 자금거래 내역을 금융당국에 통보하고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메신저 등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중국의 텐센트는 올해 초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를 출범시켰다. 아마존에 버금가는 인터넷 쇼핑몰인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의 알리페이는 세계 최대 결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간편결제 중심의 국내 핀테크 산업도 서서히 다른 금융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피투피 소액대출 사업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정부 주도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 없이 온라인을 바탕으로 주로 소매금융에 특화해 24시간, 365일 영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비용감소를 통해 금리와 수수료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마감한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에 3곳의 컨소시엄이 나섰다. 이들 컨소시엄에는 인터넷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업체, 정보기술업체, 금융권 등이 참여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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