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은 수명도 길고 경쟁이 치열해 영업이익률이 5%에 못 미친다. 삼성전자에서는 2000년대 중반 연이은 적자로 가전사업부 폐지론까지 나오는 등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휴대전화 시장이 상대적으로 고전을 겪자 꾸준한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가전 부문에 대한 눈길이 달라졌다. 엘지전자 역시 휴대전화 실적 부진 가운데 가전 부문이 흑자를 지탱하는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다. 전통적 가전인 세탁기에서 최근 삼성전자는 드럼세탁기 ‘애드워시’를, 엘지전자는 드럼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를 선보여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기존 제품 대비 3~4배가량 인기를 끄는 두 제품의 개발에 참여한 임직원들을 만났다.
세탁기에 ‘쪽문’ 첫 시도 추가 빨랫감 간편 투입
삼성 ‘애드워시’
캥거루 주머니서 아이디어 연상
개발 착수서 출시까지 꼬박 2년
“작지만 소비자 배려 마음 담겨”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애드워시’는 세탁 도중에 더 빨 것이 생기면 동작을 멈춰 애드윈도(쪽문)를 열어 빨랫감을 넣을 수 있다. 드럼세탁기 문에 ‘쪽문’(애드윈도)을 단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박성민 상무를 비롯해 성종훈 책임, 상품기획 김희정 과장 등은 애드워시를 ‘배려’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박성민 상무는 “세탁물 추가 기능이 간단하게 보이지만 소비자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단초가 됐다”고 짚었다. 국내를 비롯해 유럽과 동남아 등에서 진행된 소비자 조사에서 ‘세탁물 추가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게 출발점이었다. 이는 기존 문을 열지 않아도 되게 캥커루 주머니 같은 별도의 빨래 투입구를 만드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2013년 개발에 착수해 지난 8월 제품을 선보이기까지 꼬박 2년가량이 걸렸다. 성종훈 책임은 “기존에 비슷한 제품이 없어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것이어서 예측이 어려웠다”며 “기존 협력업체 가운데 이중으로 된 드럼세탁기 문에 구멍을 내줄 곳이 없어 새 협력업체를 발굴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중국에서 새 협력업체를 찾아내고 구멍을 뚫는 ‘홀가공 기술’을 전수하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됐다. 애드윈도는 드럼세탁기 바깥문의 구멍과 안쪽 유리문을 잇는 통로로 세탁물을 추가하는 구조다. 기존엔 세탁 도중에 세탁물을 추가하려면 물이 일정 정도 빠지기를 기다려야 했지만, 애드워시는 문을 열었을 때 세제나 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한 셈이다. 덕분에 세탁·헹굼·탈수 등 작동 중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잠시 작동을 멈춘 뒤 애드윈도를 열어 세탁물을 추가하고 다시 동작을 누르면 된다. 박 상무는 “드럼세탁기가 큰 변화라면 애드워시는 작지만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한 것”이라며 “시장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루 평균 400대가량이 팔리는데, 이는 기존 같은 용량 신제품에 비해 2.5배에 이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은 17~21㎏에 따라 169만9천~249만9천원이다.
드럼·통돌이가 위아래로 세탁시간·공간 확 줄여
엘지 ‘트윈워시’
특별 진동흡수 장치로 문제 해결
논의서 개발까지 8년 넘게 걸려
“소비자 조사 보고 궁리끝 착상” 엘지전자의 트윈워시는 통돌이세탁기와 드럼세탁기의 결합체다. 소비자가 속옷, 양말, 셔츠 등을 각각 빨던 것을 동시에 나눠 빨 수 있도록 해 세탁 시간을 대폭 줄였다. 엘지전자 에이치에이(HA)디자인연구소 전호일 수석연구원과 에이치에이 부문 세탁기상품기획팀 강기영 차장은 “분리세탁으로 고객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트윈워시가 나오는 데는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강 차장은 “소비자 조사를 보면 빨랫감을 한꺼번에 돌리면 찜찜해하고, 여러 차례 나눠 하는 것도 힘들어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드럼세탁기 내부를 분리하거나 드럼세탁기 안에 또다른 드럼을 집어넣는 등 다양한 궁리를 했다. 결국 아래는 통돌이세탁기를, 위에는 드럼세탁기를 놓는 방식이 채택됐다. 단순해 보이는 두개의 결합은 쉽지 않았다. 좌우로 도는 통돌이세탁기는 세탁·탈수 때 회전력이 커서 드럼세탁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차장은 “중국 하이얼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지만 이 문제를 해결 못해 동시 탈수가 안 된다”며 “특별한 진동 흡수 장치를 추가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4년에 제시된 트윈워시 아이디어는 2007년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해 개발까지 8년여가 걸렸다. 이들은 드럼세탁기의 세탁시간도 줄였다고 강조했다. 강 차장은 “표준 세탁 시간을 39분으로 줄여 국내 제품 가운데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가격은 두개 세탁기가 합쳐진 탓에 싸지는 않다. 21㎏ 기준 드럼세탁기 205만원, 미니워시(하단 통돌이세탁기) 82만9천원으로 세트로 구입하면 287만9천원이다. 하지만 판매는 순항 중이다. 엘지전자는 21㎏ 용량은 기존 제품에 견줘 4배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앞으로 17㎏ 이상 대용량 세탁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트윈워시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제일 비싼 제품인데도 판매 추이를 보면 기존 제품보다 낫다”며 “미니워시만 따로 사서 같은 크기의 드럼세탁기에 놓을 수 있는데 주로 세트로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생활가전사업부 박성민 상무(왼쪽부터), 김희정 과장, 성종훈 책임이 지난 9월23일 세탁기 ‘애드워시’와 함께 서 있다. 삼성전자 제공
개발 착수서 출시까지 꼬박 2년
“작지만 소비자 배려 마음 담겨”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애드워시’는 세탁 도중에 더 빨 것이 생기면 동작을 멈춰 애드윈도(쪽문)를 열어 빨랫감을 넣을 수 있다. 드럼세탁기 문에 ‘쪽문’(애드윈도)을 단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박성민 상무를 비롯해 성종훈 책임, 상품기획 김희정 과장 등은 애드워시를 ‘배려’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박성민 상무는 “세탁물 추가 기능이 간단하게 보이지만 소비자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단초가 됐다”고 짚었다. 국내를 비롯해 유럽과 동남아 등에서 진행된 소비자 조사에서 ‘세탁물 추가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게 출발점이었다. 이는 기존 문을 열지 않아도 되게 캥커루 주머니 같은 별도의 빨래 투입구를 만드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2013년 개발에 착수해 지난 8월 제품을 선보이기까지 꼬박 2년가량이 걸렸다. 성종훈 책임은 “기존에 비슷한 제품이 없어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것이어서 예측이 어려웠다”며 “기존 협력업체 가운데 이중으로 된 드럼세탁기 문에 구멍을 내줄 곳이 없어 새 협력업체를 발굴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중국에서 새 협력업체를 찾아내고 구멍을 뚫는 ‘홀가공 기술’을 전수하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됐다. 애드윈도는 드럼세탁기 바깥문의 구멍과 안쪽 유리문을 잇는 통로로 세탁물을 추가하는 구조다. 기존엔 세탁 도중에 세탁물을 추가하려면 물이 일정 정도 빠지기를 기다려야 했지만, 애드워시는 문을 열었을 때 세제나 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한 셈이다. 덕분에 세탁·헹굼·탈수 등 작동 중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잠시 작동을 멈춘 뒤 애드윈도를 열어 세탁물을 추가하고 다시 동작을 누르면 된다. 박 상무는 “드럼세탁기가 큰 변화라면 애드워시는 작지만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한 것”이라며 “시장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루 평균 400대가량이 팔리는데, 이는 기존 같은 용량 신제품에 비해 2.5배에 이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은 17~21㎏에 따라 169만9천~249만9천원이다.
드럼·통돌이가 위아래로 세탁시간·공간 확 줄여
서울 여의도 엘지트윈타워에서 9월30일 에이치에이(HA) 부문 세탁기상품기획팀 강기영 차장(왼쪽), 에이치에이디자인연구소 전호일 수석연구원이 트롬 ‘트윈워시’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엘지전자 제공
논의서 개발까지 8년 넘게 걸려
“소비자 조사 보고 궁리끝 착상” 엘지전자의 트윈워시는 통돌이세탁기와 드럼세탁기의 결합체다. 소비자가 속옷, 양말, 셔츠 등을 각각 빨던 것을 동시에 나눠 빨 수 있도록 해 세탁 시간을 대폭 줄였다. 엘지전자 에이치에이(HA)디자인연구소 전호일 수석연구원과 에이치에이 부문 세탁기상품기획팀 강기영 차장은 “분리세탁으로 고객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트윈워시가 나오는 데는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강 차장은 “소비자 조사를 보면 빨랫감을 한꺼번에 돌리면 찜찜해하고, 여러 차례 나눠 하는 것도 힘들어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드럼세탁기 내부를 분리하거나 드럼세탁기 안에 또다른 드럼을 집어넣는 등 다양한 궁리를 했다. 결국 아래는 통돌이세탁기를, 위에는 드럼세탁기를 놓는 방식이 채택됐다. 단순해 보이는 두개의 결합은 쉽지 않았다. 좌우로 도는 통돌이세탁기는 세탁·탈수 때 회전력이 커서 드럼세탁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차장은 “중국 하이얼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지만 이 문제를 해결 못해 동시 탈수가 안 된다”며 “특별한 진동 흡수 장치를 추가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4년에 제시된 트윈워시 아이디어는 2007년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해 개발까지 8년여가 걸렸다. 이들은 드럼세탁기의 세탁시간도 줄였다고 강조했다. 강 차장은 “표준 세탁 시간을 39분으로 줄여 국내 제품 가운데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가격은 두개 세탁기가 합쳐진 탓에 싸지는 않다. 21㎏ 기준 드럼세탁기 205만원, 미니워시(하단 통돌이세탁기) 82만9천원으로 세트로 구입하면 287만9천원이다. 하지만 판매는 순항 중이다. 엘지전자는 21㎏ 용량은 기존 제품에 견줘 4배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앞으로 17㎏ 이상 대용량 세탁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트윈워시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제일 비싼 제품인데도 판매 추이를 보면 기존 제품보다 낫다”며 “미니워시만 따로 사서 같은 크기의 드럼세탁기에 놓을 수 있는데 주로 세트로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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