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유통점 반발에 자의적 법해석
“사은품은 법 위반” 중단 요구
백화점들 강력 반발하자 입장 바꿔
방통위 “법 적용 대상 아니다”
“사은품은 법 위반” 중단 요구
백화점들 강력 반발하자 입장 바꿔
방통위 “법 적용 대상 아니다”
백화점 자체 사은품과 가격할인권을 이용해 단말기 값을 추가로 20~30% 할인해준 백화점 입점 유통점에 에스케이텔레콤(SKT)과 방송통신위원회 실무자가 ‘단말기 유통법 위반’ 굴레를 씌우는 등 소비자 혜택을 가로막았으나 이는 자의적 법 해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 다른 경쟁 유통점이 반발하자 백화점 입점 유통점의 영업을 제한해 유통망의 안정화를 꾀하려다 보니 빚어진 무리수로 보인다.
지난 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취급 품목과 가격 할인 폭이 커지고 있지만 단말기 유통법 탓에 휴대전화는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보도(<한겨레> 10월8일치 17면)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어 “이통사나 제조사가 단말기 지원금으로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 이외에 순수하게 백화점이 제공하는 상품권과 사은품의 경우에는 단말기 유통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도자료는 법적으로 공문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방통위는 “단말기 유통법은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음성적인 리베이트 등을 통해 고객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지 백화점 자체 예산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은품이나 가격할인권까지 적용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방통위의 보도자료는, 에스케이텔레콤이 백화점 입점 유통점들의 사은품·가격할인권 영업을 중단시키면서 내세운 ‘단통법 위반’ 주장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방통위 실무자가 최근 이통사 담당자와 백화점 유통점 대표들을 불러 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단통법 위반 소지 의견을 피력한 것 역시 자의적인 해석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영업 중단을 요구받은 유통점 쪽에서 보면, 방통위 해석이 오락가락한 꼴이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유통점 대표는 “방통위 실무자도 단말기 유통법에 위배된다고 했다. 그래서 항변하자 이통사 주관으로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8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온라인쇼핑몰 입점 유통점에 “단말기 유통법에 위반되니, 백화점 사은품과 가격할인권 연계 영업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 유통점 대표는 당시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받은 에스케이텔레콤의 요구 사항을 보여주며 “거부하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사은품과 가격할인권 연계 영업 중단으로 가입자 유치가 8월엔 6000명을 넘었는데, 지금은 600여명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백화점과 대형마트 입점 유통점 대표들은 “백화점 사은품과 가격할인권은 단통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은 ‘방통위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까지 해가며 막무가내로 영업을 중단시켰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백화점 유통점의 실적이 좋아지자, 일반 유통점이 크게 반발하며 에스케이텔레콤 쪽에 해결을 요구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기존 유통망 쪽의 반발과 이통시장 과열 부담 탓에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유통점 대표는 “방통위 보도자료가 나오자, 에스케이텔레콤 쪽이 ‘지금은 이 문제로 모두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으니 영업 재개를 미뤄달라’고 요구해왔다. 백화점 쪽과 협의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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