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보상 신청자 90명 넘어
조정위 제외한 단독 행동에
반올림 “재발방지 거부하나”
조정위 제외한 단독 행동에
반올림 “재발방지 거부하나”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권오현 부회장이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한 지 1년 5개월여만에 처음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만든 보상위원회가 반도체 사업장 퇴직자 30명과 질병 피해와 관련한 보상금 지급 및 합의를 1차로 완료했다고 21일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의 권고안이 나온 뒤 사단법인 설립을 두고 삼성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일부 가족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완전 해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보상위원회에 보상 신청과 서류 제출이 이어지고 있어 이달 말께는 보상금 수령자가 5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쪽은 “발병자와 가족들의 서류 준비와 보상위원회 심의 등에 시간이 걸린다”며 “변호사 또는 노무사 등이 직접 발병자를 방문해 서류 접수 등을 도와주고 있어 보상금을 지급받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까지 보상 신청자는 협력사 퇴직자를 포함해 90여명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또 보상 대상자를 직접 찾아가 권오현 부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개별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과문에는 ‘발병자와 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는 데 소홀한 부분이 있었으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가족대책위원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8년이나 끌어온 문제가 첫발을 내딛어 풀리기 시작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아쉬운 대목이 없진 않지만 회사가 사과문을 개별적으로 보내줘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올림의 공유정옥 간사(의사)는 “사회적 대화 차원에서 구성된 조정위원회에서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조정 보류를 요청하더니, 불과 2주 만에 일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완료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며 “시민·노동자와 함께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던 종합적 해결 방안을 거부하겠다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노현웅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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