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되면 한달이내 재공시” 밝혀
삼성전자가 22일 자사주를 매입 또는 소각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쪽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경우 인적 분할을 통해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이날 증권거래소의 조회공시 요청에 대해 “주주 중시 경영의 일환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자사주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상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활용할 계획을 공개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인 삼성에스디에스(SDS)와의 합병 등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가능성이 생겼다. 자사주가 많을수록 이른바 ‘자사주의 마술’을 통해 손쉽게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사주 20%를 갖고 있는 ㄱ회사가 ㄴ지주회사와 ㄷ사업회사로 나뉠 때, ㄴ지주회사에 기존 자사주 20%와 함께 그 비율만큼의 ㄷ회사 신주가 주어진다. ㄴ회사에 배정된 ㄷ회사 주식에는 의결권이 생겨 손쉽게 대주주가 ㄴ회사를 통해 ㄷ회사도 지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는 이를 제어하려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본게임이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은 사업부문이 형성하고 있어 삼성전자를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 분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부문이 합병함으로써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비롯해 삼성그룹 대부분의 회사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향후 자사주를 소각할지 아니면 매입할지가 관심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주주환원정책으로 볼 수 있고, 매입할 경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자사주 소각과 관련한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으로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또 삼성증권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1188억원을 들여 자기주식 245만주를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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