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도브잔스키 캐나다 밴시티 신협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우리나라 ‘신용협동조합’(신협)을 떠올려보자. 특별히 은행 같은 다른 금융기관과 구별되지 않는다. 그런데 캐나다에는 좀 특별한 신협이 있다. ‘사람 중심의 금융’ 실천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밴시티 신협이다. 밴시티는 자산규모 21조3000억원(2014년 기준)에 이르는 캐나다 최대 신협이다. 이곳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밴시티가 설립한 캐나다 시민은행의 대표를 맡고 있는 사회적 금융 전문가 크리스 도브잔스키가 한국에 왔다. 그는 10월2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의 초청강연에 참석했다. 강연을 앞두고 그를 만나 밴시티의 경험과 사람·공동체 중심의 금융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선의’를 앞세운 금융서비스도 지속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익성 면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투자하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금융‘사업’ 면에서도 중요하다.” 그는 협동조합이지만 수익을 창출할 책임과 의무 역시 부여받고 있는 밴시티가 조합원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튼튼한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건강한 공동체는 투자의 위험도를 낮춘다. 공동체 구성원이 적정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있고, 적당한 주거를 얻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면 대출을 받아도 갚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밴시티가 실제로 대출투자한 사례들을 보면 그의 설명이 더 구체적으로 와 닿는다. 밴시티는 최근 국내에서도 비교적 대중화한 차량 공유 서비스에 이미 1997년 금융자금을 투자했다. 북미지역 첫 차량공유협동조합인 모도(Modo)가 투자 대상이었다. 밴시티는 차별받는 환경에 처해 있으면서 교육수준도 낮아 소득이 적었던 캐나다 원주민 공동체의 튼튼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원주민 공동체가 강물을 이용한 발전소를 세워 그 전기를 파는 방식으로 소득을 얻도록 지원·투자했다. 밴시티는 이런 방식으로 ‘투자→사회경제적 가치의 생산→건강한 공동체 형성→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는 캐나다 지역사회의 사회적 경제 및 사회적 금융 실험과 성공이 전세계 차원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제 (이윤·영리만을 추구하는) 제조업과 부채를 기반으로 한 소비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경제 모델은 작동하기 어렵다”며 “‘진짜 성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는 “이를 위한 사회적 경제 모델은 지역 및 공동체에 실제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또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 이런 흐름은 캐나다의 지역사회에서 펼쳐지는 문화축제나 아이들 보육공간, 동네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경제’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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