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 이지순 서울대 명예교수,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릭대 명예교수.
시장개방 이후 세계시장에 수억명의 신규 노동력을 투입하며 ‘자본주의의 구원자’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의 이상 징후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과 구조 변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통화정책 결정에 주요 고려 사항으로 넣을 만큼 큰 이슈다.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시장에 의존하는 한국은 고민이 더 깊을 수밖에 없다.
토론 패널로 나선 정운찬 전 국무총리(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 소리를 들을 때는 많은 나라들이 자기들 전략 산업과 일자리를 뺏는다며 싫어했지만 중국 시장과 중국의 돈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니까 이제는 ‘중국 매력론’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의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도 클 수밖에 없으며, 인접국들의 부담은 더 크다는 얘기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이 3분기에 6.9% 성장했다지만 이 수치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25년간 매년 10% 넘게 지속해온 성장이 이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대중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이런 변화가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천문학적 외환보유고가 있고 아직도 통화정책, 재정정책을 쓸 여지가 충분하다. 중국 정부가 낮은 성장률을 용인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토론 좌장인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중국의 신실크로드(일대일로) 전략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유라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 통합을 추진하는 데 거대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육·해상 경로로 러시아와 유럽,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경제권역으로 묶는다는 신실크로드 전략을 추구하는데,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대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각각 미국과 유럽에 의해 포위 또는 고립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라시아대륙이라는 큰 판을 무대로 정치적·경제적 동맹을 강화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지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권역 경쟁은 지정학적 다툼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한국에게 항상 중요한 위치에 있었고 최근에는 중국이 부상했다”며, 양대 국가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국력은 크게 높아졌다고 하나 국제 협상력은 취약하다며 “100여년 전 우리 조상들이 국제 정세 흐름을 잘못 읽어 나라를 잃는 치욕을 당한 경험을 거울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