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저평가 해소 위해 3~4차례 계획
개인보다 기관·해외 투자자 혜택 볼 듯
“인력 감축하며 이익 환원” 내부 불만도
개인보다 기관·해외 투자자 혜택 볼 듯
“인력 감축하며 이익 환원” 내부 불만도
삼성전자가 11조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입한 주식은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30일부터 1회차로 4조2천억원을 들여 향후 3개월간 보통주 223만주와 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29일 이사회를 열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기업설명회(IR)에서 “향후 3~4차례 더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며 “1차례에 3~4개월이 걸려 모두 9~1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향후 3년간 잉여 현금 흐름(Free Cash Flow)의 30~50% 수준을 주주 환원에 활용하고, 배당이 우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고배당보다 적정 배당과 투자 확대로 성장 동력을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가와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처를 취한 이유로 주가(28일 종가 130만8천원)가 회사의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어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전체 매입 규모인 11조3천억원은 현재 시가총액(약 200조원)과 비교하면 전체 주식의 5~6% 수준이다. 그만큼 유통 주식이 줄어들면 기존 주주들의 이익은 커지게 된다. 주당 배당금이 늘어나고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8일 기준으로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에 비해 22%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여 더 많은 우선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보다 10% 이상 낮을 경우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 발표로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1.7%(1만7천원) 오른 132만5천원에 장을 마쳤다.
이번 ‘주주 환원 정책’으로 개인투자가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와 블랙록자산운용 등 해외 투자자들이 더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주주 구성을 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4%)과 자사주(13.0%) 등 삼성 쪽 지분을 빼면 ‘개미’들은 3% 수준에 그치고, 나머지를 기관과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8.2%, 블랙록은 5% 이상을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열지 않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해 논란을 낳았고, 블랙록은 합병 반대에서 막판에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모두 삼성물산이 합병된 이후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봤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증권사의 분석가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손실을 본 주주들에게 삼성전자를 통해 이익을 돌려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전자가 최근 인력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한다는 발표를 하자 내부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간부는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에게만 이익을 나눠준다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현재 구조조정 대상 인력은 전체의 10~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회사의 저성장 추세에서 과거 고성장으로 일부 비대해진 조직의 효율화와 함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는 모두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삼성전자 주주 및 주식 구성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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