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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용의 ‘선택과 집중’ 통할까

등록 2015-10-30 19:32수정 2015-10-30 22:0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화학부문 매각…11조대 자사주 소각…참모 의견 반영

삼성 1등주의보다 회사 가치 우선시
승계 부담 털고 리더십 보여줄지 주목
삼성전자가 29일 11조3천억원(약 1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장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투자를 통해 회사 가치를 올리는 게 우선이라며 배당에 인색했던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기도 하다.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이재용식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이후 아버지의 직위를 대부분 이어받았지만 회장직은 아직 물려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최종 결정권자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나 삼성전자 임원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등 대규모 투자와 관련한) 최종 결정은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이 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다만 의사결정 방식은 아버지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의 결정은 미래전략실 임원,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과의 논의를 거쳐 이뤄진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의사결정 구조에서 이 부회장의 뜻이 30~40% 반영되고, 50% 이상은 참모에게 양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대규모 투자와 관련해 전문경영인이 판단해 의견을 가져오면 이 부회장이 최종 동의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삼성에스디아이(SDI) 케미칼 부문 등 화학 계열사의 롯데 매각 등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건희 회장과 옛 구조조정본부(현 미래전략실)나 전문경영인과의 관계와는 차이가 있다.

이재용 부회장 경영 전면 등장 이후 주요 사항
이재용 부회장 경영 전면 등장 이후 주요 사항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통합 과정에서 지난 6월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케이씨씨(KCC)에 매각하는 과정도 같았다. 삼성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처음에는 반대 의견을 냈으나 미래전략실 임원들의 뜻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참모들과 협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의 파트너가 법적 권한이 없는 미래전략실이라면 이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문제가 발생한다. 이 부회장이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지난해 한화에 삼성종합화학 등을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30일 삼성정밀화학 등 남은 화학 계열사마저 롯데에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정밀화학은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이 국가에 헌납한 한국비료가 모태다. 199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다시 사들인 것을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판 셈이다.

이런 사업 분야 정리는 과거 ‘문어발식 확장’과 비교된다.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등이 올해 1조원대의 손실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요컨데 ‘잘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래전략실의 한 임원은 “재계 서열 1위 같은 외형을 따지는 과거 정서와 달리 일부 계열사나 전용기 매각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실리를 추구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분야 정리에는 앞으로 회장 승계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짐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을 사전에 정리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조 소장은 “모든 분야에서 ‘1등주의’를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아직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과도기 상태여서 공식적으로 평가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의 한 임원도 “이 부회장이 그룹 살림을 챙기고는 있지만 아직 회장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구체적으로 펼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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