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리포트] 가맹본부만 웃는 편의점 업계
“식겁했었죠. 최저임금 1만원 됐으면 아마 문 닫았을 거야. 안 그래도 어려운데….”
서울 마포구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53)씨는 분주히 물건을 정리하면서 한마디 겨우 던졌다. 물건이 들어오는 시간은 늘 그리 바쁘단다. 낮에도 아르바이트를 쓰면 편하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된다고 했다. 밤 11시부터 7시간 쓰는 아르바이트생 월급 감당하기도 벅차서다.
비용은 떠안기고 수익은 나누고…
대기업만 살찌우는 구조적 모순
‘빅3’ 상반기 영업익 106% 수직상승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5월 글 한 편이 노동당 당원 게시판에 올랐다. “최저임금 1만원, 우리 편의점 경영주 입장에서는 무섭고 두려운 일이지만 모른 체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국민투표라고 칭하는 퍼포먼스는 최저임금 1만원이 마치 전 국민의 의견인 양 왜곡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기에 용인할 수 없다.” ‘전국편의점연대회의 재건추진위원회’가 올린 ‘입장’이었다. 한 편의점주의 수익표도 공개했다. 올 4월, 매출액 4300만원을 올려 분배금(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점주한테 배분하는 매출이익으로 통상 65%) 615만원을 받았으나 임대료 100만원, 인건비 270만원, 전기세·포스(편의점 관리 프로그램)비·냉장고관리비·폐기물반납비 등을 포함해 475만원의 비용을 빼면 수익은 140만원에 그친다는 내용이다. 경기 고양시의 한 편의점주는 “최저임금 올리는 게 사실 대기업과는 상관없는 얘기다. 우리 같은 영세상공인과 알바생들 사이의 문제일 뿐이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가맹본부는 비용 더 들어가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루 16시간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할 경우 시급 200원 차이는 한 달 10만원가량의 수익 차이로 나타난다. 이 편의점주는 “그래서 알바생을 최소로 쓰려다 보니 가족들까지 다 동원한다. 내가 밤새 하면 좋겠지만 건강이 문제”라고 했다.
“편의점 창업 대신 가맹본부 주식 살 걸 그랬다” 편의점주 “나도 울고 싶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이런 점주들을 좋아할 리 없다. 특별한 기술이나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아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대한 선호는 높은 편이지만 최저시급을 기대하는 알바들은 거의 없다. 대개 편의점주들은 직원 모집 때 최저시급을 주겠다고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광고는 그렇게 하죠. 하지만 수습기간 따지고 어쩌고 하면 대개 받는 돈은 시급 5000원 정도일 때가 많아요. 지방엔 더 적게 주는 곳도 많다고 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만 합쳐서 2년가량 된다는 대학 휴학생 박아무개(26)씨 이야기다. 취업 준비를 하며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29)씨는 “최저시급을 맞춰 주지만 야간근무 때 더 주진 않는다. 더 주길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최저시급 보장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월급 제때 주고 일 그만둘 때 떼먹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죠.” 편의점 알바들의 더 큰 고민은 점주들과의 관계다. “심하게 괴롭히거나 그러진 않는데 쪼잔하게 구는 게 있어요.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할 음식은 ‘폐기 처분’한다고 (포스기에) 찍어야 알바들이 먹기라도 하는데, 이를 못 하게 하려고 폐기 직전까지 못 찍게 하는 경우도 있죠.” “시재(금전출납기록) 차이가 나면 알바가 책임져야 하는데 10원만 부족해도 채워 넣으라고 하는 점주도 있어요. 물건 검수도 너무 자주 하게 해서 힘들고. 훔쳐 먹지 않나 의심하는 거죠.”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 직원 사이 갈등의 골은 깊어가는데, 대기업 가맹본부는 날로 살찐다. 보광그룹의 씨유(CU), 지에스(GS)그룹의 지에스25,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빅3’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평균 106% 급증했다. 상반기에만 씨유 405개, 지에스25 454개, 세븐일레븐 253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백화점·대형마트의 성장세가 후퇴하는 가운데 편의점만 뻗어나간다. 씨유 가맹본부인 비지에프(BGF)리테일 주가는 지난해 10월31일 6만8000원에서 올 10월30일 17만원으로 1년 새 150% 급등했다. 지에스25의 지에스리테일도 같은 기간 2만4900원에서 5만7600원으로 131% 올랐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비상장사다. 한 편의점주는 “편의점 창업하는 대신 가맹본부 주식에 투자할걸 그랬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대기업만 살찌우는 구조적 모순
‘빅3’ 상반기 영업익 106% 수직상승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5월 글 한 편이 노동당 당원 게시판에 올랐다. “최저임금 1만원, 우리 편의점 경영주 입장에서는 무섭고 두려운 일이지만 모른 체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국민투표라고 칭하는 퍼포먼스는 최저임금 1만원이 마치 전 국민의 의견인 양 왜곡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기에 용인할 수 없다.” ‘전국편의점연대회의 재건추진위원회’가 올린 ‘입장’이었다. 한 편의점주의 수익표도 공개했다. 올 4월, 매출액 4300만원을 올려 분배금(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점주한테 배분하는 매출이익으로 통상 65%) 615만원을 받았으나 임대료 100만원, 인건비 270만원, 전기세·포스(편의점 관리 프로그램)비·냉장고관리비·폐기물반납비 등을 포함해 475만원의 비용을 빼면 수익은 140만원에 그친다는 내용이다. 경기 고양시의 한 편의점주는 “최저임금 올리는 게 사실 대기업과는 상관없는 얘기다. 우리 같은 영세상공인과 알바생들 사이의 문제일 뿐이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가맹본부는 비용 더 들어가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루 16시간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할 경우 시급 200원 차이는 한 달 10만원가량의 수익 차이로 나타난다. 이 편의점주는 “그래서 알바생을 최소로 쓰려다 보니 가족들까지 다 동원한다. 내가 밤새 하면 좋겠지만 건강이 문제”라고 했다.
“편의점 창업 대신 가맹본부 주식 살 걸 그랬다” 편의점주 “나도 울고 싶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이런 점주들을 좋아할 리 없다. 특별한 기술이나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아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대한 선호는 높은 편이지만 최저시급을 기대하는 알바들은 거의 없다. 대개 편의점주들은 직원 모집 때 최저시급을 주겠다고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광고는 그렇게 하죠. 하지만 수습기간 따지고 어쩌고 하면 대개 받는 돈은 시급 5000원 정도일 때가 많아요. 지방엔 더 적게 주는 곳도 많다고 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만 합쳐서 2년가량 된다는 대학 휴학생 박아무개(26)씨 이야기다. 취업 준비를 하며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29)씨는 “최저시급을 맞춰 주지만 야간근무 때 더 주진 않는다. 더 주길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최저시급 보장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월급 제때 주고 일 그만둘 때 떼먹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죠.” 편의점 알바들의 더 큰 고민은 점주들과의 관계다. “심하게 괴롭히거나 그러진 않는데 쪼잔하게 구는 게 있어요.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할 음식은 ‘폐기 처분’한다고 (포스기에) 찍어야 알바들이 먹기라도 하는데, 이를 못 하게 하려고 폐기 직전까지 못 찍게 하는 경우도 있죠.” “시재(금전출납기록) 차이가 나면 알바가 책임져야 하는데 10원만 부족해도 채워 넣으라고 하는 점주도 있어요. 물건 검수도 너무 자주 하게 해서 힘들고. 훔쳐 먹지 않나 의심하는 거죠.”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 직원 사이 갈등의 골은 깊어가는데, 대기업 가맹본부는 날로 살찐다. 보광그룹의 씨유(CU), 지에스(GS)그룹의 지에스25,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빅3’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평균 106% 급증했다. 상반기에만 씨유 405개, 지에스25 454개, 세븐일레븐 253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백화점·대형마트의 성장세가 후퇴하는 가운데 편의점만 뻗어나간다. 씨유 가맹본부인 비지에프(BGF)리테일 주가는 지난해 10월31일 6만8000원에서 올 10월30일 17만원으로 1년 새 150% 급등했다. 지에스25의 지에스리테일도 같은 기간 2만4900원에서 5만7600원으로 131% 올랐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비상장사다. 한 편의점주는 “편의점 창업하는 대신 가맹본부 주식에 투자할걸 그랬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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