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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본부에 뭉텅 떼인 점주, 알바 시급 쥐어짜기가 생존전략

등록 2015-11-01 19:41수정 2015-11-01 21:56

[월요리포트] 가맹본부만 웃는 편의점 업계
‘편의점 사장-알바생 갈등’의 이면
한국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비율은 14.7%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1위다. 폴란드·캐나다의 두 배를 넘는다. 근속기간 1년 이하인 단기노동자 비율 역시 30.8%로 첫째다. 오이시디 평균(17.5%)의 두 배에 가깝다. 15~24살 청년층은 단기노동자가 10명 가운데 7명꼴(70.8%)이다. 역시 오이시디 평균(48.7%)을 훨씬 웃돈다.(오이시디 ‘고용전망 2015’ 보고서)

편의점 월평균 이익 1200만원
가맹본부가 35% 420만원 떼어가
임대료 내고 알바비 353만원 주면
점주 소득은 269만원 그쳐

“직장 그만두고 할 수 있는 게 없어
내 몸만 고생하면 된다고 여겨 개업”
“알바 시급 100원, 200원 차이 따라
순이익 몇십만원 왔다갔다해”
본부에 눌리고 알바에게 치이고
“우리만 죽어난다”

서울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서울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부끄러운 통계가 가리키는 대상은 이른바 ‘알바’다. 저임금 노동자 가운데서도 가장 열악한 ‘알바’들은 영세 사업장에 주로 분포한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업종이고 대표적인 곳이 편의점이다.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집계(2013년)를 보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3800여개, 가맹점은 50만개에 이른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상시근로자는 140여만명이다.

이런 프랜차이즈에서 3대 편의점의 가맹점 수와 매출액은 압도적이다. 2014년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3482곳 가운데 지에스(GS)25가 가맹점 8197곳, 매출액 4조9583억원으로 1위였다. 이어 씨유(CU)가 7984곳에 3조3031억원, 세븐일레븐이 6562곳에 2조375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미니스톱이 1922개의 가맹점을 보유해 4위였다. 지난해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만든 편의점 365플러스는 300여곳까지 가맹점을 늘렸다.

편의점은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무법천지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집계를 보면, 2014년 말 전국 편의점 종업원은 모두 17만7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1만2000여명이 임시직인 ‘알바’다. 나머지는 편의점주와 가족이다. 점포당 점주와 가족이 2.5명, 알바가 4.3명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근로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고 최저시급을 무시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은 언감생심이다.

편의점주들은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 ‘프랜차이즈 노동관계 연구: 하청노동연구(I)’에서 김철식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가 계산한 방식으로 2014년 기준 편의점 가맹점주의 월평균 소득을 추정해봤다. 지난해 편의점당 월평균 매출액은 4802만7916원이다. 매출이익은 매출액의 25%가량으로 1200만6979원인데, 매출이익은 가맹점과 가맹본부가 보통 65:35로 나눠 갖는다. 가맹점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780만4536원인 셈이다.

편의점주가 매달 부담해야 할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와 임대료다. 가맹점주가 하루 8시간 일한다면 16시간 알바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저시급 기준으로 월 353만1598원에 이른다. 월 임대료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하루 매출액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편의점당 일평균 매출액은 157만9000원이었다. 결국 가맹점주에게 남는 월 소득은 분배금 780만4536원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511만598원을 뺀 269만3938원이 된다. 지난해 4인 가족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522만4640원의 절반가량이고,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63만820원보다 100여만원 많을 뿐이다. 개인회생절차에서 최저생계비의 1.2~1.5배로 인정하는 생계비 보장액 수준인 셈이다.

비용 최소화가 편의점주들의 가장 중요한 ‘경영전략’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맹점 평균 직원 수 가운데 점주와 가족이 2.5명이나 된다. 점주 자신 외에 가족 1명 이상이 점포 영업에 매달려 있다. 직원 고용 여력이 없어 점주가 혼자 밤새 일하다 종종 쓰러지거나 과로사하는 경우도 있다. 직원 급여를 최대한 낮추려는 것도 그래서다. 대다수 편의점주들은 최저시급을 맞추는 게 정말 힘들다고 했다. 한 편의점주는 “알바 시급이 점포마다 많이 차이가 날 거다. 100원, 200원에 순이익 몇십만원이 왔다갔다한다. 점주가 직접 일하고 가족까지 불러다 일하는 판에 알바 최저시급을 맞춰주면 운영을 할 수가 없다. 지방으로 가면 3000~4000원밖에 안 주는 곳도 있고, 최저시급 주려고 빚을 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주가 매출 확대에 재량을 발휘할 여지는 거의 없다. 프랜차이즈산업은 강력한 표준화 전략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와 설비를 모두 가맹본부로부터 제공받는 것에서 시작해 물품과 판매정보 등도 모두 가맹본부에 집중돼 있다. 한 편의점주는 “슈퍼마켓 할 때는 공급업체가 반품을 잘 받아줬다. 거래를 계속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가격이 안 맞으면 거래를 바꾸면 된다. 하지만 편의점은 공급업체가 가맹본부 하나뿐이다. 물건 들여오면 정리하는 것 말고 할 게 없다”고 말했다. 포스기(편의점관리프로그램 단말기)에 바코드를 찍으면 모든 정보가 가맹본부로 넘어간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매출·재고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매일 벌어들인 돈도 모두 가맹본부로 당일 송금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편의점은 늘어만 간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대개 점포 임대료를 제외하고 가맹비 700만원, 상품보증금 1400만원, 소모품 준비금 100만원 등 2200만원이면 편의점을 시작할 수 있다. 한 편의점주는 “회사 10년 정도 다니면 퇴직금이 5000만~6000만원 정도 되는데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자영업이 별로 없다. 가맹비만 내면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으니 내 몸만 고생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집계를 보면, 편의점주의 절반가량은 직전 자영업을 경험한 이들이고, 4분의 1은 회사원이었다. 고용 불안정과 취업난으로 자영업을 선택하고, 이들이 다시 프랜차이즈로 흘러들어간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을 늘릴수록 주 수입원인 로열티 수입을 보장받고 특별히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과당경쟁도 곧잘 빚어진다.

“올라가는 최저임금과 정부의 친대기업 정책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거나 “대기업이라는 강자와 알바라는 약자 사이에서 우리만 죽어난다”는 게 편의점주들의 정서다. 김철식 연구교수는 이런 상황을 ‘프랜차이즈 사업에 내재한 비용의 비대칭적 분담 구조’로 설명한다. 수익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나눠 갖지만 비용은 가맹점에 전가되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편의점산업협회 쪽에선 전기료 50% 부담, 폐기 물품의 일부 지원, 저매출 점포의 최저수입보장 등을 들어 가맹본부도 비용을 나눠 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된 비용인 임대료와 인건비, 점포 운영 비용, 재고·폐기 비용 등 지속적인 지출은 편의점주의 몫이다. 계약기간인 5년 안에 임대료가 오르거나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편의점주는 손실을 보게 되지만 가맹본부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김철식 연구교수는 “자영업자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유입되면서 자율성과 독자성을 제약받고 자본-노동 관계로 포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용이 가맹본부에서 가맹점주로, 다시 직원에게 연쇄적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한국적 프랜차이즈의 특징이다. 청년 아르바이트 불안정 노동 문제는 이 구조로부터 풀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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