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탓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 ‘불황형 흑자’
수출 부진에도 월별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았다. 그러나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9월 경상수지 흑자가 106억1000만달러(약 12조원)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43개월 연속 흑자이며 역대 네 번째로 많다. 1~9월 경상수지 흑자 합계는 806억3천만달러다.
9월 상품수지는 120억6천만달러로 전달에 견줘 31억7천만달러 늘었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전달보다 3억9천만달러 증가한 17억3천만달러다. 메르스 여파로 6~8월에 각각 10억달러 이상 적자를 기록한 여행수지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7억1천만달러 적자를 본 데다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게 서비스수지를 악화시켰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6월(131억4천만달러)과 4월(125억6천만달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크다. 한은은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인 1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올해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한 경상수지 흑자 행진은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라는 한계가 있다.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8% 감소했는데 수입 감소 폭은 두 배 이상인 23.2%였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수출은 2%대 또는 그 미만의 낮은 증가율을 보이다 올해 들어 계속 줄고만 있다. 10월에는 15.8% 줄어 6년여 만에 낙폭이 가장 크다. 결국 불황형 흑자는 국내 제조업과 내수의 부진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은 지난해 1961년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줄었다.
한은은 세계적 수요 부진과 함께 수출·입 감소에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의 경상수지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결과, 경상수지 확대 폭의 3분의 1가량이 유가 하락 때문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이 연간 12억배럴이고 석유제품 수출은 4억배럴인 점, 지난해 1~8월 평균 105달러였던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이 올해 같은 기간에는 50달러 아래로 떨어진 점 등을 종합한 결과다. 한은은 “원유 관련 수출·입 가격이 모두 10달러 하락하면 연간 약 80억달러의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편 상품·서비스 거래가 없는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 순유출 규모는 9월에 106억달러로 전달(91억5천만달러)보다 확대됐다. 해외직접투자와 해외증권투자가 증가한 결과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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