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구 단위로 경쟁제한 여부 판단
부산 등 일부 지역 점유율 높아져
경쟁제한 우려 땐 불허·시정조처 가능
‘독점’ 우려에 합병 심사 ‘복병’으로
부산 등 일부 지역 점유율 높아져
경쟁제한 우려 땐 불허·시정조처 가능
‘독점’ 우려에 합병 심사 ‘복병’으로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씨제이(CJ)헬로비전을 인수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독점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합병) 심사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제한성과 관련해 전국 시장점유율뿐만 아니라 지역별 시장점유율까지 꼼꼼히 살피겠다고 밝혀, 합병 심사에서 복병이 될 전망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3일 “공정위의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해 곧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스케이텔레콤은 2일 이사회를 열고 씨제이오쇼핑이 보유한 씨제이헬로비전 지분 30%를 5천억원에 인수해, 자회사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합병시키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인해 시장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합병을 불허하거나, 합병은 승인하지만 별도의 시정조처를 내릴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은 합병사가 1위 사업자로 올라서면서 2위와의 시장점유율 차이가 25%포인트 이상 벌어지고,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1~3위 합계가 75% 이상)에 해당될 경우다. 경쟁사인 케이티(KT)와 엘지(LG)유플러스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에스케이의 독점력이 확대돼 공정경쟁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외형상 합병법인은 대부분의 관련시장에서 시장점유율(가입자 기준)이 크게 높아지지만, 법에서 정한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료방송의 경우 합병법인의 가입자가 750만명으로 늘어나면서 1위 사업자인 케이티(840만명·30%)와의 격차가 줄지만, 시장점유율은 26%로 2위에 그친다. 또 초고속인터넷 시장도 가입자가 588만명으로 늘어나 1위인 케이티(829만명·42%)와의 차이는 좁아지지만 시장점유율(30%)은 역시 2위에 그친다. 알뜰폰 시장도 가입자가 169만명으로 늘어나 1위로 뛰어오르면서, 2위인 유니컴즈(49만명)의 3배를 넘게 되지만, 시장점유율은 30.2%에 그친다.
하지만 유료방송의 경우 지역 단위의 시장점유율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 경쟁정책국 간부는 “유료방송은 전국 시장점유율뿐만 아니라 (실제 소비자 선택이 이뤄지는) 지역별 점유율까지 살펴서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공정위가 최근 5년간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기업결합 심사를 한 것을 보면, 전국이 아닌 시군구 단위로 시장점유율을 따져서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했다. 예컨대 2013년 11월 대구 중구 및 남구 지역의 유료방송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도봉강북방송(티브로드홀딩스의 자회사)이 1위 사업자인 대구케이블방송을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83%로 높이자, 3년간 수신료 인상을 물가상승률 이내로 제한, 소비자 선호채널 축소 및 변경 금지 등의 시정조처를 내렸다.
실제 에스케이와 씨제이헬로비전의 합병법인은 일부 지역의 점유율이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에 해당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4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를 보면 씨제이헬로비전은 부산의 2곳에서 점유율이 70%를 넘고 서울 1곳, 부산 2곳, 경남·경북·전남 각 1곳에서 점유율이 60%를 넘는다. 또 점유율이 50~60%인 지역도 9곳에 이른다. 케이티는 “자체분석 결과 합병사의 경우 유선방송 구역 78곳 중에서 23곳의 점유율이 60%를 넘는다”며 “특히 서울 은평구, 부산 중구·동구·영도구·해운대구 등의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합병사는 일부 지역에서 공정위의 시정조처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합병 추진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이와 관련해 “에스케이의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와 케이블티브이 플랫폼을 결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면 경쟁이 활성화되고 소비자 후생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권오성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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