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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각자도생 청년들 ‘전태일의 따뜻한 연대’ 경험이 필요”

등록 2015-11-11 22:29

전태일 열사 45주기를 앞두고 1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전태일과 청년일터, 사회적 경제’를 주제로 한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태일 열사 45주기를 앞두고 1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전태일과 청년일터, 사회적 경제’를 주제로 한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태일 45주기
‘사회적 경제와 청년 일터’ 좌담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전태일 열사가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제 몸에 스스로 불을 지른 지 오는 13일로 45주년을 맞는다. 2015년 한국 사회의 현실은 22살 청년 전태일이 꿈꾸고 외쳤던 일터의 모습과 얼마나 닮았을까? 청년 전태일의 정신과 가치를 사회적 경제와 청년 담론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로 열린 ‘사회적 경제와 청년 일터, 그리고 전태일’ 좌담회가 지난 10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수호 이사장 전태일 열사 45주기를 맞아 좋은 대담 마련해줘 고맙다. 그런데 요즘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이후 45년 동안 과연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 개악 5대 법안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을 선점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고 저항하며 스스로 몸을 내던졌던 그때와 비교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점을 제외하면 오히려 후퇴한 측면도 많다. 이런 때일수록 1970년대 그 암울하던 시기에 노동자의 삶을 전면에 제기한 귀중한 전환의 계기를 다시 돌아봤으면 한다. 전태일 열사의 가장 밑바탕에 깔린 인간에 대한 연민,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은 여전히 공동체 정신, 연대 정신 등의 이름으로 살아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정부, 노동 개악을 ‘노동 개혁’ 위장
45년 전보다 후퇴한 측면 많아
청년에 대한 지원·배려 정책 시급

전순옥 의원 2년 전부터 고향인 대구에서 전태일 열사와 관련된 모임이 생겼다. 11월12일부터는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도 열린다. 각종 문화제와 토론회, 전태일 생가 방문 등이 기획된 것 같다.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다시 기억하고 되새긴다는 새로운 현상이다.

전순옥 의원

대구에서 ‘전태일 문화제’ 등 열려
열사 정신 되새기는 새로운 현상
경제민주화 과제, 청년들 주체돼야

이원재 소장 전태일 정신의 현재적 의미를 발견해서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태일 열사의 삶에서 내가 떠올린 세가지는, 먼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노동과 계층의 구분에서 최저기준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이다. 두번째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현대적 의미에서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간의 창조성과 창의력에 주목하는 노동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차비를 아껴 여공들한테 풀빵을 사먹이던 장면’이다. 이 장면은 나눔과 사회적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헬조선’ 현상의 기저에는 유대감과 연대감이 사라진 잔인한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스며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전태일 정신 현재적 의미 알려줘야
‘헬조선’은 유대감 사라진 안타까움
열사의 ‘모범업체’ 우리의 지향 돼야

이은애 센터장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의 노동에 대한 열린 사고다. 전태일 열사는 노동의 의미를 단순히 소득을 위한 활동으로만 보지 않았다. 오히려 생산적 노동이 사회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공동체성을 강조했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노동자들이 주인이 되는 기업, 노동자 협동조합이나 노동통합형 사회적 기업 모델과 맥이 닿는다. 한국 사회에서도 그런 비전을 가진 새로운 노동 기업가가 배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태일 정신을 만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청년세대를 위한 사회적 투자 필요
노동계, 재계 설득해 기금 만들수도
노동운동, 청년세대와 함께 해야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전태일 정신이라는 것이 약간 박제화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신으로 대표되는 투쟁성을 앞세우기보다, 그 이전 평화시장에서의 활동에 주목했으면 한다. 그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었고,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산업구조가 바뀌고 ‘열정페이’ 논란이 일고, 각자도생을 생각하는 지금 오히려 그 평범한 따뜻함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1970년대와 지금은 청년들 상황 달라
SNS 등 많아도 마음 모으기 어려워
협력보다 도서관 은둔이 낫다 생각

8일 서울 종로5가 버들다리에 있는 전태일 동상 옆에 화환이 놓여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8일 서울 종로5가 버들다리에 있는 전태일 동상 옆에 화환이 놓여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수호 전태일 열사도 처음엔 개인적 차원으로 접근한다. 여공들의 일을 돕고 풀빵을 사주고. 그런데 그것만으로 해결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우리도, 다른 사람들도 모르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다. 그때부터 실태조사도 하고, 노동청에도 가고, 언론사도 찾아가고, ‘근로기준법을 지키면서도 잘 운영되는 모범업체’를 직접 해보자는 구체적인 고민을 하기도 했다.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배양적 경제체제, 이런 고민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연민,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빛난다. 현시점에 청년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크다.

이은애 산업기술이 바뀌고 청년들의 생활 조건도 크게 변화했다. 전태일 열사는 “대학생 친구 한명만 있었음 좋겠다” 했지만, 지금 청년 대부분이 대학생이다. 예전처럼 대기업이 성장하면서 노동에 대한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시대가 아니다. 기존 노동시장을 좋은 시장으로 만들고, 자주기업 등 새로운 형식이 많아져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

김민수 스마트폰과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가용자원은 많아졌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내기가 어렵다. 청년들은 협력해서 무언가를 바꿔내기보다는 도서관에 처박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각자도생보다 협력하는 것이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원재 청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예외없이 고용의 안정성이나 소득, 주거환경 등 고통을 말한다. 그런데 현실적 제약 없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취미와 연계된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한다. 자기 주도로 유연화된 일자리를 꿈꾸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건 노동자 협동조합이건 소득과 고용 안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결국 최저조건에 대한 이야기라고 본다. 전태일 열사가 구상한 ‘모범업체’를 보며, 기업 문화가 자유로운 중소기업, 그게 우리의 지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수호 현재의 청년들은 자기 나름의 고통 속에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청년들은 파편화, 개별화돼 있다.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그들을 지원하고 돕지 않으면서 ‘열정과 기백이 없다’는 또 다른 편견으로 고립시킨다.

김민수 70년대는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쟁취하는 게 노동자들의 목표였다. 손이 빠른 여공들을 쓰다가 버리는 봉제공장의 노동 현실과, 지금 현재 청년들이 처한 노동시장은 다르다. 이는 사회적 연대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은애 전태일 열사는 산업화 시대에 미래적 가치를 제시했다. 그 이후 정치 민주화를 이뤄냈다. 세대가 공감하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의 청년 세대는 경제민주화를 이룬 세대로 기억돼야 한다. 그 기회와 경험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 기존 노동운동도 그렇게 청년 세대와 함께 갈 수 있도록 일종의 빈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수호 전태일재단에서도 청년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내년에는 꼭 만들겠다.

전순옥 사회적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지향하는 목표가 있는데, 같은 문제의식을 갖더라도 그 지향점이 다른 경우가 많다. 전태일 정신에서 볼 수 있었던 배려, ‘너인 나, 나인 너’라고 생각하는 깊은 사랑이 절실하다. 사회에 극단적 갈등 양상이 가득하다. 그렇게 그룹으로 나눠졌을 때, 기득권이 전혀 없는 사람은 ‘부스러기’로 남는다. 부스러기로 남는 가장 약자 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

이은애 다른 말로 호혜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생협이 도시 소비자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농어촌의 생산자들을 살려야 한다고 접근하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갈등해야 하는 생산자-소비자 사이에서 호혜성을 만들어내는 것, 사회적 경제가 지향하는 호혜성과, 전태일 정신이 맞닿아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수호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정치권과 정부, 여당 등은 더 어려운 현실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청년들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여러 정책적 차원에서 건강한 정치로 수렴돼야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정치권이 잘해주어야 한다.

전순옥 우리 숙련 노동자들이 물건을 잘 만들어낸다. 산업 전략적으로 이 기술들을 정교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과 정보통신(IT)기술력을 새로운 기획을 통해 융복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공임도 스스로 정하고, 청년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설계하면, 정책 주체가 이를 적극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은애 청년 세대를 위한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 노동계 양대 노총도 기금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노동계가 재계를 설득해 사회투자적인 기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본다. 서울시가 만든 사회투자기금도 있지만, 공공출연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캐나다도 양대노총이 연기금 투자를 이끌어내 중소기업 회생과 청년 경제활동을 위한 기금을 조성해 경제 위기를 견뎌낸 경험이 있다. 노동운동과 사회적 경제가 연대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전순옥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70년대 우리 투쟁의 목표는 혁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인간이 행복한 사회, 소득과 안정만이 아니라 즐거움을 추구하는 일터 등이 목표다. 기성 세대는 산업화를 이룩한 세대, ‘486’은 정치민주화를 이룩한 세대다. 이제 우리 앞에 경제민주화라는 과제가 있다. 그 주체는 청년들이 되어야 한다. 전태일 정신은 또다시 경제민주화와 맞닿는다. 경제민주화를 이룩하는 과업은 청년들의 몫이다.

정리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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