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강연을 맡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함께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신흥국들의 부채 위기가 현실화할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7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시이오(CEO) 조찬 간담회’ 강연에서 “과도한 저금리, 과도한 양적완화에 따른 금융 불균형을 경고한 것이 1년 반 정도 됐다. 위험이 드러날 시기는 머지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 민간 부채가 줄고 정부 부채가 늘어난 반면 아시아 신흥국은 민간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렇게 말했다. 또 “부채 증가율이 지디피(GDP) 증가율을 빠르게 웃돌면 금융위기의 징후가 잉태된다”며 최근 수십년간 미국, 일본, 러시아,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겪은 경제 위기는 부채 증가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가계·기업 부채 증가, 제조업 성장 동력 약화, 인구 고령화 등을 한국 경제의 문제로 꼽았다. 한국 역시 부채를 줄여온 선진 경제권과 달리 가계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한편 “기업 구조조정 미흡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아주 높게 봤다. 그는 “최근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했지만 현재로서는 12월 인상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미국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데도 금리를 올리려는 것은 경제 주체들의 위험 추구 행위가 과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의 경제 둔화와 맞물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