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반도체로 역량 모으는 삼성
TV 대신 이미지센서 택한 소니 닮아
전기차 부품 성장축 삼는 엘지
배터리로 방향 튼 파나소닉 유사
두 대표기업 어떤 활로 찾을지 관심
TV 대신 이미지센서 택한 소니 닮아
전기차 부품 성장축 삼는 엘지
배터리로 방향 튼 파나소닉 유사
두 대표기업 어떤 활로 찾을지 관심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 VS “새로운 시장을 열자!”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실적 부진에서 어떤 활로를 찾을지를 두고 고심이 깊다. 이들의 모습은 수년 전 일본의 대표적 전자기업인 소니와 파나소닉 등이 지나온 침체의 궤적과 겹친다. 이제 소니와 파나소닉 등은 엔저를 기반으로 반등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두 기업은 반등의 기회를 완전히 서로 다른 전략을 통해 마련했는데, 최근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모습은 이들의 길찾기와 묘하게 닮은꼴이어서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에 쓰이는 핵심 반도체인 ‘엑시노스 8 옥타(8890)’를 공개했다. 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모뎀이 하나로 묶인 ‘원칩’으로 면적을 덜 차지해서 효율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부문의 실적으로 스마트폰의 부진을 만회해왔다.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부문의 비중은 올 3분기에 49.3%로 커졌지만, 2016~2017년께는 55~65%에 이를 것이란 게 기업분석가들의 전망이다. 체온과 심전도 등 생체 신호를 읽는 바이오프로세서, 메모리반도체인 디램과 낸드플래시를 통합한 이팝(ePop) 제품 등이 이런 기대를 걸 만한 차기 주자들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하고, 엘이디(LED) 사업부를 축소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잘한 사업들은 정리하고 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뚜렷한 셈이다.
이는 소니가 한때 잘 나가던 티브이(TV)사업부에서 성장의 한계가 뚜렷해지자 분사로 떼어내고, 경쟁력 우위가 뚜렷했던 이미지 센서와 비디오게임(플레이스테이션) 등에 주력하던 모습과 비슷하다. 소니는 이미지 센서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40%까지 끌어올렸고, 최근 도시바로부터 같은 사업 분야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소니는 올해 상반기(회계연도 기준 4~9월)에 순이익 1159억엔(약 1조900억원)으로 5년 만에 상반기 흑자를 내며 본격적인 반등을 예고했다.
엘지전자는 주력이던 티브이와 휴대전화 분야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새로운 시장을 찾아 사업의 중심축을 옮겨가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지난 9월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에 자동차부품기술센터를 새로 만드는 등 자동차 부품 분야로 회사의 역량을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다. 덕분에 지엠(GM)에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의 부품을 공급하기로 계약하는 등 2013년 브이시(VC)사업본부를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큰 성과를 냈다. 엘지그룹과 엘지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전기차 관련 수주 잔액은 1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고 한다. 최근 현대차 등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키우는 것도 엘지전자의 ‘역량 이동’ 전략을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이는 파나소닉이 신성장 동력에 인력이나 조직의 역량을 과감하게 투입했던 궤적과 유사하다. 파나소닉은 주력이던 티브이와 스마트폰 등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이를 정리하고 전기차 배터리 등 기업 대 기업(B2B) 분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중국 공장에서도 냉장고 등을 만들다가 기업용 보안 카메라나 엘이디 등으로 생산라인을 재정비할 정도다.
엘지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최근 사업 전략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으로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며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은 다른 기업들이 손쉽게 따라오기 힘든 경쟁력을 다져야 하고, 새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은 시장 적합성과 고객 만족도를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한·일 대표 전자기업의 ‘닮은꼴’ 특성
한·일 대표 전자기업 매출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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