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물가는 떨어지는데
소비자 물가는 되레 오름세
소비자 물가는 되레 오름세
2015년 소비자·생산자 물가지수 변동률
제조업체들 제품가격에 반영 안해
도-소매물가 등락률 격차 점점 확대 한국은행은 10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4.5% 하락한 99.75를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전체 생산자물가지수가 100을 밑돈 것은 2010년 6월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농림수산품이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2.2% 올랐으나 공산품이 7.6% 떨어져 하락률이 컸다고 설명했다. 경유(-34%)와 휘발유(-31.5%) 등 석유류와 석유화학제품들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선철 같은 ‘제1차 금속제품’도 지난해 10월에 견줘 14.8%나 떨어졌다. 이로써 생산자물가 하락세는 15개월 내리 이어졌다. 생산자물가 하락 폭이 커지면서 소비자물가와의 변동률 격차도 더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0월에 0.9% 올랐기 때문에 생산자물가지수와의 변동률 차이는 5.4%포인트에 이른다. 2008년 10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두 지수의 차이는 3개월 연속 5%포인트를 넘겼다. 생산자-소비자 물가지수는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정귀연 한은 경제통계국 과장은 “두 지수는 조사 대상 품목이나 산출 방법에 차이가 있다”며 “소비자 가격에서는 유통 마진이나 부가가치의 비중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의 생산자-소비자 물가지수 괴리는 제조·유통업체들이 원가 절감분을 계속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종소비재 생산까지 발생하는 영업비용이나 세금, 원재료 가격이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의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격차 확대를 설명하기 어렵다. 생산 단계별로 물가지수를 나눠 보면, 지금처럼 두 지수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은 통계를 보면, 원재료 물가지수는 올해 1월 89.09에서 10월에는 71.92로 많이 떨어졌다. 중간재는 95.82에서 92.80으로 하락 폭이 작다. 가계가 쓰는 소비재 등을 포함한 최종재는 104.13에서 104.39로 오히려 상승했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 가격이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지난 50년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달보다 미미하게 떨어진 적은 있어도 전년 같은 달에 견줘 하락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 생산자물가 하락 등을 이유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금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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