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엘지유플러스 부회장
엘지(LG)그룹이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에게 미래 먹거리 창출 지휘를 맡긴데 이어 통신사업의 수장을 그룹의 ‘병기’로 꼽히는 권영수 부회장으로 교체한다. 케이티(KT)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상철 부회장을 영업해 통신사업에 자신감을 회복한 구본무 회장이 권 부회장을 내세워 통신사업을 전자와 화학에 버금가는 그룹의 주력사업 반열로 키워보자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엘지유플러스(LGU+)는 27일 오후 5시 이사회를 열어 권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엘지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엘지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거쳐 엘지화학의 전지사업본부장을 지냈다. 디스플레이 사업으로 ‘대박’을 친데 이어 중대형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내는 등 맡는 사업마다 성공시켜, 구 회장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엘지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옮겼다.
이에 구 회장이 통신사업을 제대로 해보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임원은 통신사업의 수장을 권 부회장으로 교체한 배경에 대해 “이제 통신사업은 전자와 화학과 함께 엘지그룹의 3대 주력사업이 됐다. 특히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전자와 통신의 시너지효과를 살릴 수 있는 구도가 필요해지고 있다. 이상철 부회장을 영입해 통신사업의 기반을 다졌으니, 이제부터는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때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2010년 이 부회장을 영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통신사업에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그는 엘지그룹 창립 50주년(1997년) 기자간담회에서 “ 황금알 낳는다고 해서 (데이콤 지분을 위장분산해 놓지 않았다는) 각서까지 쓰며 사업권을 땄더니, 지금 꼬락서니로 보면 메추리알도 낳기 힘들 것 같다”는 말하기도 했다. 이후 엘지는 통신사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기회를 여러번 놓쳤다.
이렇듯 ‘무력한 꼴찌’ 처지로 ‘우는소리’를 통해 정책적 지원을 받아 연명하던 엘지유플러스는 이 부회장을 수장으로 맞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이 ‘탈 통신’과 ‘엘티이(LTE) 올인’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펴면서 ‘근육질 꼴찌’로 탈바꿈했다. 무엇보다 구 회장이 통신사업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최근 전자와 화학 등 기존 주력사업이 부진할 때도 엘지유플러스는 잘 나가, 내부에서 “이러다 엘지유플러스가 엘지그룹의 주력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2013년에는 이 부회장의 연봉(성과급 포함)이 그룹 부회장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 취임 첫 해인 2010년과 올해(예상)의 엘지유플러스 경영수치를 비교하면, 이동통신 가입자는 866만명에서 1179만명으로 증가했고, 이에 힘입어 가입자점유율도 17%에서 20%로 높아졌다. 매출은 8조5천억원에서 10조7천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700억원에서 7천억원으로 커졌다. 월 기준 5000원이나 뒤졌던 가입자당 매출도 1위로 올라섰다.
이 부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탈 통신과 엘티이 올인 전략으로 가입자점유율, 가입자당매출, 사업구조 등에서 기반을 갖춰놨으니 그룹의 의지에 따라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엘지유플러가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사물인터넷 사업은 엘지전자의 가전 및 모바일 사업 등과 협력이 중요하다. (권 부회장이 왔으니) 새로운 시각에서의 경영과 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사 전에, 연임을 통해 6년이나 했으니 수장을 바꿀 때가 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엘지그룹은 “이 부회장은 엘지유플러스 고문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이상철 엘지유플러스 부회장. 신소영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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