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산업 억제 명분 ‘서민 증세’
화상 경륜·경정 소비세도 2배로
업무용 차량엔 상한선 안둔채
연간 800만원까지 경비 처리케
기간 제한없어 전액 감면 가능
화상 경륜·경정 소비세도 2배로
업무용 차량엔 상한선 안둔채
연간 800만원까지 경비 처리케
기간 제한없어 전액 감면 가능
연간 1000만명이 찾는 화상경마장(마권 장외발매소) 입장료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2배로 인상하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를 통과했다. 사행산업 억제라는 명분이 붙었지만, 흡연 억제 효과를 보지 못한 ‘담뱃세 2000원 인상’ 때와 마찬가지로 ‘서민 증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소득자 탈세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는 업무용 차량 과세 기준은 차량 구입 가격의 상한을 두지 않은 채 연간 800만원까지 해마다 경비 처리를 해주기로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30일 조세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개별소비세법·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개정안을 보면, 내년부터 화상경마장 입장객이 내는 개별소비세는 현재 1000원에서 2000원, 화상경륜·경정장은 400원에서 800원으로 오르게 된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5년간 565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마사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30개 화상경마장 입장객은 1050만여명, 매출액은 5조4875억원이다. 화상경마장은 업장별로 입장료와 시설사용료 등 2만원 안팎의 돈을 내야 입장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화상경마장 등의 개별소비세 인상이 사행산업 억제 효과는 없이 서민을 상대로 한 손쉬운 세수 증대 수단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첨금에 대한 과세 역시 강화된다. 경마·소싸움 등에서 받은 배당금이 200만원을 초과하면 세금을 내도록 했다. 그동안은 베팅액(10만원 이하)의 100배를 초과할 때만 세금을 매겨왔다.
한편, 수억원대의 고가 승용차를 업무용으로 구입한 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세금만 회사차’에 대한 과세 기준은 여야 의원들이 낸 법인세법 개정안에 견줘 후퇴한 정부안을 기준으로 기재위를 통과했다.
애초 여야 의원들은 차량당 3000만~5000만원까지만 경비로 인정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정부가 낸 ‘기간 제한 없이 연간 1000만원씩 경비 인정’을 두고 심사를 벌여 200만원을 깎은 ‘연간 800만원씩’ 경비로 인정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8000만원짜리 업무용 차량을 구입했다면 차량 감가상각비와 운영비 등을 합쳐 연간 800만원까지 10년간 비용처리가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탈세를 막기 위해 업무용 차량의 경비처리는 ‘차량 가격 한도 설정’과 ‘업무용 사용 입증’이 있을 때만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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