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인사 살펴보니
주요 재벌 3세 이동 및 승진 인사
지에스선 3명이 한꺼번에 승진
등기이사는 없어 ‘권한만 누리기’ 주력사업 수장들 일부만 교체
경영환경 악화에 수성 전략 대응
혁신에 필요한 새 인물 발굴 못해 여기에 자리 옮김도 있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42) 제일기획·삼성물산 사장은 제일기획에서 손을 떼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으로 옮겼다. 허만정 창업주의 넷째 아들인 허신구 지에스리테일 명예회장의 차남 허연수(54) 지에스리테일 사장도 창업주의 여덟번째 아들인 허승조 부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가 됐다. 총수 일가의 승진이나 이동에 대해 재계는 ‘책임 경영’을 내세웠다. 삼성물산 신권식 상무는 “패션사업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이서현 사장이 두 회사 사장을 겸하다가 패션사업에만 전념하게 돼 책임 경영을 펼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불황에도 정기선 상무가 초고속 승진한 것을 같은 논리로 설명한다. 하지만 재벌 3·4세의 고속 승진과 경영 활동 확대 등에도 등기이사를 맡는 경우는 없었다. 경제개혁연대 채이배 회계사는 “합병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3세들의 그룹 지배력이 높아지는데도 이재용 부회장이나 이서현 사장은 등기이사는 맡지 않아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는 모습”이라며 “경영 수업을 받는 다른 총수 일가 자녀들도 아무런 경쟁 없이 승진을 거듭해 제대로 된 경영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과 엘지 등 주력 사업의 수장이 교체되기는 했지만, 큰 틀거리가 바뀌지는 않았다. 삼성이나 엘지의 주요 계열사 대표 이사들은 일부 자리 이동이 있었지만 기존 자리를 지켰다. 이 때문에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위기 돌파 대신 수성을 택하는 인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삼성 인사를 보면 주요 계열사 대표가 조금 자리를 바꾸는 수준에 그쳐 기존 체제를 유지했다”며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것을 추진할만한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주요 그룹들이 과거보다 줄어든 규모의 인사를 단행해 과거처럼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실적 악화라는 이유로 임직원들은 짐을 싸는데 경영을 책임진 대표이사들은 자리 보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삼성의 한 50대 부장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직원들과 임원들을 내보면서 대표들은 제 자리를 지켰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표들의 지사가 제대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에스케이(SK), 한화, 금호, 롯데 등은 이달 안에, 씨제이(CJ)와 효성은 내년 1월에 인사를 할 예정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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