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수 공표 이후 현안 차질
재할당 대가 수조원 더 들수도
숙원 ‘요금인가제 폐지’도 미뤄져
“시점 안좋았다” 우려가 현실로
재할당 대가 수조원 더 들수도
숙원 ‘요금인가제 폐지’도 미뤄져
“시점 안좋았다” 우려가 현실로
“시점이 안 좋다.”
지난달 2일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씨제이(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할 당시에 에스케이텔레콤 내부에서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헬로비전 인수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된 탓에 주파수 재할당이나 요금인가제 폐지 문제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내부에서 나온다. 내년 12월3일로 끝나는 2.1㎓(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60㎒(메가헤르츠)의 재할당 대가를 많게는 수조원 높게 치러야 할 가능성이 커졌고, 성공 문턱에 이른 듯했던 ‘요금인가제 폐지’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인수 결정을 한두달만 늦췄어도 ‘꿩 먹고 알 먹는’ 꽃놀이패를 쥘 수 있었는데, 이른바 ‘택일’을 그르쳤다는 씁쓸함이 내부에 번지는 분위기다.
앞서 에스케이텔레콤의 한 고위 임원은 인수 발표 직후에 필요성 등을 설명하면서도 “다만, 발표 시점이 안 좋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걸려 있는 ‘큰 건’이 많은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리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임원의 말을 들어보면, 에스케이텔레콤은 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한 사실을 이사회 개최 일정이 잡힌 뒤에야 대관 업무 등을 총괄하는 고위 임원들에게 귀띔했다. 당시 에스케이텔레콤의 대관 업무 부문에서는 사용기한 만료를 앞둔 주파수를 큰 비용 부담 없이 재할당받고, 마케팅 발목을 잡던 요금인가제 폐지를 성사시키기 위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창 ‘작업’ 중이었다. 요금인가제란 시장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에 대해서만 새 요금제를 내놓을 때마다 정부 인가를 받도록 하는 규제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우선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이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불발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당 법안 심사를 미뤘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요금 경쟁을 제한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폐지를 주장해왔고,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분위기를 타고 폐지 법안이 발의되도록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헬로비전 인수 여파로 법안 통과에 급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도 고민거리다. 애초 에스케이텔레콤은 같은 처지의 케이티(KT)와 연합해 “주파수를 회수해 경매에 부치면, 이용자 불편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정부에 재할당을 압박했다. 경매 대신에 재할당을 통하면 거의 반값에 주파수를 계속 쓸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작용했다. 하지만 정부는 “20㎒를 경매에 부치고, 나머지 주파수는 재할당 대가 산정 때 경매 낙찰가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엘지유플러스(LGU+)는 “‘동일 주파수, 동일 가치’ 원칙에 따라 나머지 주파수 재할당 대가도 20㎒ 경매 낙찰가와 똑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재할당 대가를 제대로 산정하지 않으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실무자가 국고손실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에스케이텔레콤의 또 다른 임원은 “헬로비전 인수·합병 인가 문제가 걸려 있어 주파수 재할당과 요금인가제 폐지 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목소리를 강하게 낼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인수 발표를 너무 일찍 결정한 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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