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회복세 전망되나
성장 경로 불확실성 높아”
미국은 16일 금리 인상 확실시
통화정책 탈동조화 흐름 시작
이주열 “신흥국 위기 가장 우려”
성장 경로 불확실성 높아”
미국은 16일 금리 인상 확실시
통화정책 탈동조화 흐름 시작
이주열 “신흥국 위기 가장 우려”
한국은행이 12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 축소가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뒤 통화정책의 딜레마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기준금리를 1.5%로 6개월째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나, 대외 경제 여건 등에 비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진퇴양난의 처지에서 현상 유지를 택한 것이다. 내수는 회복 기미를 보이나 수출이 뒷걸음질하고, 밖을 보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다가오면서 시중금리 인상과 자본 이탈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신흥국들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번 결정은 미국 통화정책과의 ‘탈동조화 흐름’에 합류했다는 의미도 있다.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0.25%로 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달 16일 기준금리를 올려 ‘출구전략’ 실행에 나설 게 확실시된다. 반면 최근 유로존과 중국, 일본 등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유지를 선택하고 있다. 영국 정도만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2~10일 7거래일 동안 1조8천억여원 빠져나가는 등 한-미 금리 격차 축소의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시중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초저금리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보다 경기 회복세 유지에 무게를 두면서도 금융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브리핑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돼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파장이 의외로 커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면 시중 유동성을 여유있게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금리 인상 움직임으로) 회사채 시장의 어려움이 우량기업에까지 파급되고 대출시장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되면 적절히 조치를 취하겠다. 정부와 협의해 안정화 노력을 실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특히 국내 요인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취약 신흥국의 금융·경제 리스크가 확대돼 크라이시스(위기)가 올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은 2008년 금융위기 뒤로 풀린 3조달러(약 3543조원)어치의 추가 부채가 미국 금리 인상으로 회수되기 시작하면 신흥국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미 통화정책의 탈동조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와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1994~95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리고 2년 뒤 부채가 쌓여 있던 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는 교훈도 가계·기업 부채 급증의 원동력인 금리 수준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대출 규제 완화가 가계 빚 급증에 영향을 줬다며 “(정부의) 가계부채 누증 억제책은 조속히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한·미 기준금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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