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심사 강화’ 영향은
거치식·일시상환식 대출 어려워져
LTV·아파트 집단대출 등 손 안대
가계빚 ‘위험’ 효과적 제거 의문
거치식·일시상환식 대출 어려워져
LTV·아파트 집단대출 등 손 안대
가계빚 ‘위험’ 효과적 제거 의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최근 부동산시장 약세 전망과 맞물려 가계부채 증가세에 다소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폭증한 가계부채의 위험이 효과적으로 제거될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은 7월에 ‘가계부채 종합 관리 방안’으로 이번 가이드라인의 틀을 마련할 때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온 비수도권의 소득 증빙 강화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16개 은행의 내규 보완과 전산 개편 작업도 필요해 수도권(2월)과 비수도권(5월)으로 이원화해 시행 시기를 늦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현재 70%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60%인 총부채상환비율(수도권만 해당)은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 “냉·온탕식 직접 규제 변경보다는 질적 개선 노력과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그 이유를 댔다. 아파트 집단대출도 손대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거치식·일시상환식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져 주택담보대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연평균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인 126조원을 기준으로 볼 때 연간 25조원가량이 비거치식·분할상환 전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3분기에 1166조원을 돌파한 가계 빚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에 밀려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부동산 경기를 식히지 않으려는 모습을 역력히 드러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100조원이 넘는 아파트 집단대출에도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주택담보대출과는 구조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가이드라인 시행을 늦춘 것도 “가계부채 누증 억제책은 조속히 실시될 필요가 있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10일 발언과 온도 차가 크게 느껴진다.
오히려 정부는 주택 경기가 살아나 거래량이 늘고 건설업·중개업 등 관련 업계가 활성화됐다며 “가계부채는 민간 소비나 주택 경기 등 실물경제 부문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으므로 균형된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태도와 관련해 내년 4월 총선 일정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보다는 집값이 고점 부근에 이르렀다는 시각과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와 유동성 장세가 끝나가고,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도권의 경우 내년 1분기까지 거래량과 가격이 소강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고 금리도 오르면 기존 가계대출의 부실화 위험은 현실화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한국시각 17일 새벽)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 연쇄적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몇몇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 고정금리는 최근 3%를 넘겼다. 가계대출의 3분의 2가 변동금리를 적용받는다는 사실도 불안감을 키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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