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통한 현대상선 차입자금
부도 나면 엘리베이터가 상환
사실상 계열사 빚 보증선 것”
개혁연대, 정부에 위법 조사 요청
증권 아닌 상선 매각설 관련
채권단 약정 변경 여부도 도마에
부도 나면 엘리베이터가 상환
사실상 계열사 빚 보증선 것”
개혁연대, 정부에 위법 조사 요청
증권 아닌 상선 매각설 관련
채권단 약정 변경 여부도 도마에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회생 대책이 ‘첩첩산중’의 어려움을 맞고 있다. 현대상선이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1300여억원을 빌려오면서 현대증권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넘긴 것과 관련해 현대그룹이 사실상 부실 회사(현대상선) ‘꼬리 자르기’를 꾀한다는 의혹 제기에 이어 공정거래법 상 계열사 채무보증 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14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각각 공문을 보내 현대상선의 자금 차입 거래와 관련해 현대엘리베이터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계열사 채무보증을 한 것인지와 현대그룹이 애초 계획된 현대증권이 아닌 현대상선을 매각하기로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변경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11월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3개의 특수목적회사(SPC)로부터 2500억원,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1392억원 등 모두 3892억원을 차입했다. 당시 현대상선은 3개의 에스피시(관리자는 대우증권 등 3개 금융사)에 보유하던 현대증권 지분(19.8%)을 넘겼다. 에스피시들은 주간사인 메르츠증권을 통해 현대증권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해서 2500억원을 조달해, 현대상선에 빌려줬다. 또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에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1392억원을 빌려주면서, 담보인 현대증권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얻는 대신 현대상선이 부도가 나면 메리츠증권 및 자산담보부기업어음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갚기로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와 관련해 “재무적으로 어려운 현대상선이 직접 기업어음을 발행하고자 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우량 회사인 현대엘레이터가 현대상선의 자금 조달을 쉽게 할 목적으로 기업어음 발행주간사 및 투자자들에게 신용 보강을 해준 것은 사실상 현대상선에 대한 채무보증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은 재벌 계열사들의 동반 부실을 막기 위해 계열사들끼리 채무보증을 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를 위반하면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받는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서류상으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의 자율권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현대상선이 부도 상황에 직면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메르츠증권 및 기업어음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상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면서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대신 현대상선을 매각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10월 현대증권을 일본계 오릭스그룹에 매각하는 계획이 무산된 뒤 현대증권 대신 현대상선을 매각할 가능성이 시장에서 제기됐으나, 현대그룹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산업은행에 현대상선 매각설의 진위에 대해 질문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현대그룹이 산업은행의 동의 내지 묵인 아래 부실 기업인 현대상선은 잘라내고 현대증권만 챙겨 살아나는 ‘꼬리 자르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주식을 인수하면 현대그룹 지배구조는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증권’으로 바뀐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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