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미 전력회사 AES에
1GWh 용량 ESS 배터리
전세계 최대 규모 공급 계약
전자·이노텍·CNS 등 계열사도
배터리·태양광 등 잇단 진출
그룹 새 성장동력으로 발돋움
1GWh 용량 ESS 배터리
전세계 최대 규모 공급 계약
전자·이노텍·CNS 등 계열사도
배터리·태양광 등 잇단 진출
그룹 새 성장동력으로 발돋움
엘지(LG)화학은 미국 전력회사 에이이에스(AES)의 자회사와 전세계에서 최대 규모로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16일 밝혔다. 에이이에스는 포천 200대 기업에 속하는 전력회사로 세계 18개국에 전력 공급 사업을 한다. 이번 계약은 2020년까지 진행할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ESS) 프로젝트에 쓰일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이런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 송전탑 등을 통해 공장이나 가정에 전력을 보내게 된다.
엘지화학은 우선 1GWh 용량의 배터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1GWh는 4인 가구 기준 약 1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번 계약으로 매출이 3천억~4천억원에 이르고 향후 추가 공급이 이뤄질 경우 1조원까지 가능하다고 엘지화학은 전망했다.
엘지그룹이 2011년 발표한 ‘그린 2020’ 전략이 목표치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다. 당시 엘지그룹은 2015년까지 전기자동차 부품, 태양광, 수처리 같은 친환경·신에너지 분야의 ‘그린사업’에 8조원을 투자해 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의 15%를 이들 사업에서 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당시 목표가 온전히 달성되지는 않았다. 유가 하락으로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던 전기차나 신에너지 시장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
그럼에도 엘지그룹은 뚝심있게 그린사업 조직을 키웠다. 엘지전자는 2013년 친환경 자동차 부품을 책임지는 ‘브이시(VC)사업본부’를 만들었으며 지난해 ‘에너지사업센터’를 신설해 태양광이나 에너지저장장치 사업 등에 나섰다. 엘지화학도 에너지저장장치 업무를 하던 조직을 올 들어 전력저장전지사업부로 키웠다. 결국 그린사업 주력사들은 잇따라 공급 계약의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엘지전자는 지난 10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이브이(EV)’에 구동모터, 배터리팩 등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엘지화학 역시 대표적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물론 기존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아우디의 전기차 사업부 등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엘지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그린사업으로 성장축을 옮기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촘촘하게 구축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에서는 엘지전자의 태양광 모듈, 엘지화학의 에너지저장장치, 엘지시엔에스(CNS)의 에너지 관리시스템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엘지전자의 구동모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엘지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엘지이노텍의 통신모듈과 카메라모듈 사업이 보조를 맞춘다. 에이치엠씨(HMC)투자증권의 이존아단 기업분석가는 “유가 하락 우려가 있지만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규제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대세여서 그린사업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엘지그룹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관련 시장을 잘 준비해왔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엘지그룹의 중심이 전자에서 화학으로 옮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전과 휴대전화 등으로 소비자에게 익숙한 기업에서 기업 간 거래(B2B)를 이끄는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얘기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LG그룹의 그린사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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