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시장 전망은?
달러 회수시 금융위기·경기둔화 부작용 우려
취약 신흥국 중심 심각한 위기 닥칠 가능성도
금융위 “외국자본 급격한 유출 가능성 제한적”
달러 회수시 금융위기·경기둔화 부작용 우려
취약 신흥국 중심 심각한 위기 닥칠 가능성도
금융위 “외국자본 급격한 유출 가능성 제한적”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한국시각 17일 새벽) 사실상 제로였던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도전을 맞았다. ‘제로 금리’라는 초유의 실험을 한 미국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또다른 초유의 시도에 나선 것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9년 6개월 만인 데다, 제로금리 상태가 7년이나 지속됐기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이 예측 불가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준의 이번 행동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사상 최저로 내린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의 시작이다. 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미국 안팎에서 자산 거품이 커지는 것을 막아 경제의 건전성을 키울 수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이사회 의장이 이달 초 “통화정책 정상화를 너무 지연시키면 나중에 갑자기 긴축정책을 써야 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긴축은 금융시장을 혼란하게 하고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한 것도 더 늦기 전에 고삐를 죄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전세계에 풀린 막대한 양의 달러 회수가 본격화되면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금융위기와 경기 둔화라는 부작용을 동반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주요 국제 금융기구들은 잇따라 신흥국에 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에 낸 ‘세계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신흥국 기업들의 부채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04~2014년 20개 신흥국 비금융 기업들의 부채 규모가 4조달러에서 18조달러(2경1186조원)로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초저금리로 신흥국을 투자처로 삼은 자금이 몰렸고, 신흥국들도 자국 경기를 띄우고 통화 가치 하락을 막으려고 금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세계은행도 8일 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또는 주요 신흥국의 성장 전망 불확실성 확대라는 외부 환경 악화와 국내적 요인이 겹치면 여러 신흥국에서 자본 유입의 갑작스런 중단으로 퍼펙트 스톰(초강력 폭풍)이 닥칠 수 있다”고 했다.
신흥국들의 부채는 급증한 반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안 좋다는 점도 미국 금리 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불안하게 만든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 1994~95년과 2004~2006년에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중국 경제는 올해 3분기에 6.9% 성장에 그쳤다.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자원 신흥국들의 사정도 많이 악화됐다. 그런데 신흥국들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미국 금리 인상기보다 높아졌다.
연준은 미국의 경기 회복 수준에 대한 진단과 신흥국들의 불안한 사정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린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1% 내지 1%대 초반으로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이 정도라면 1994년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기에 견줘 인상 속도가 대략 3분의 1에서 2분의 1에 그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상당 기간 예고됐기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이 거기에 맞춰 어느 정도 조정을 거친 점도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한국 정부와 통화당국도 긴장감 속에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외국자본 이탈에 따른 금융자산 가치 급락과 환율 급등이 우선적 경계 대상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합동 시장점검회의를 열었다. 금융위는 “투자 비중이 높은 미국 자본의 순매수 기조가 유지돼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연준 결정을 앞두고 14일부터 세계 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한은은 과거와 달리 외환보유고가 3600억달러로 넉넉한 편이고 단기외채 비중이 30% 아래여서 자본 유출을 심각하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취약 신흥국이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경우의 감염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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