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련의 여유?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간담회가 끝난 뒤 이규황(오른쪽) 전경련 전무가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실상 빈껍데기 만들셈
공정위 “원칙·틀은 손못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중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 기업집단 지정 기준의 상향조정, 졸업기준 확대 등 대폭적인 완화를 요구했다. 재계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올해 4월부터 출자제한 적용을 받게 되는 재벌이 현행 17개에서 2개로 줄게돼 사실상 출자제한이 껍데기로 전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경련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주요 그룹 공정거래담당 임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간담회를 열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13개항의 재계 요구를 전달했다. 전경련은 우선 출자제한을 받는 기업집단의 자산 기준을 현행 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대폭 높일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4월 현재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은 22개에 이르지만, 기준이 20조원으로 높아지면 출자제한 대상(공기업 제외)이 삼성, 엘지, 현대차, 에스케이, 케이티, 한진, 롯데, 포스코 등 8개로 줄어든다. 여기에 다시 공정위가 시행령 개정안에서 크게 확대한 출자제한 졸업기준을 적용하면 △지주회사체제인 엘지 △지배주주의 소유지분과 의결권 행사 가능 지분의 차이가 25%포인트 이하이거나, 상대적 비율인 의결권승수가 3배 이하인 한진, 케이티, 포스코 등 모두 4개 기업집단이 출자제한을 안받게 된다. 또 전경련은 4월부터 폐지되는 부채비율 100% 미만 기업집단에 대한 출자제한 졸업제도도 3년간 더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적용하면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삼성과 롯데가 역시 출자제한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김선웅 소장(변호사)은 “전경련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올해 4월부터 출자제한을 받는 재벌은 현대차와 에스케이만 남게 돼 출자제한제는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라며 “더구나 현대차그룹은 상장계열사 기준으로 출자여력이 2조8천억원에 이르러 사실상 출자제한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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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서는 또 각 그룹들이 자기 이해관계가 달린 요구를 내놓았다. 삼성은 에버랜드가 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돼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가 어려움에 처한 것과 관련해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의 50%를 넘더라도 단순투자 목적일 때는 지주회사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자회사 주식가액을 시가 대신 취득가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공정위 장항석 독점국장은 “자산 기준과 졸업제도처럼 출자제한의 원칙과 틀에 관계된 것은 손대기 어렵다”고 전경련 요구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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