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올렸다고 곧바로 올리진 않아”
‘추가 인하’ 전망에도 부정적 입장
‘추가 인하’ 전망에도 부정적 입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경제 연구기관장들과의 ‘경제 동향 간담회’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곧바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론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과 그 영향이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 뒤에도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정적이었다며, 당분간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반대로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는 시각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인 터에 한국은행이 최근 2016~2018년 물가안정 목표를 2%로 설정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 돈을 더 풀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총재는 “물가안정 목표 2%는 중기적 시계에서 지향하는 목표 수준이지 단기에 달성해야 할 목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을 곧장 따라가지 않는다는 이 총재의 입장은 기준금리 1.5% 동결을 결정한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에도 나온 바 있다. 이번 발언은 금리인하론에 대해 던지는 메시지도 강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1999년 6월~2000년 5월 4.75%에서 6.5%로 올리자, 한은은 2000년 2~10월 기준금리를 4.75%에서 5.25%로 인상한 바 있다. 연준이 2004년 6월~2006년 6월 1%에서 5.25%로 올렸을 때, 한은은 2005년 10월~2008년 8월 3.25%에서 5.25%로 끌어올렸다. 각각 8개월과 1년4개월 뒤 연준을 따라간 셈이다.
한은이 연준의 움직임을 따라갈지와 그 시기는 국내 경기 상황과 함께 연준의 보폭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 통화정책 결정자들은 16일 기준금리를 7년 만에 0.25~0.5%로 0.25%포인트 올릴 때 내년에 4차례에 걸쳐 1%포인트를 더 올리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1일 “(연간 8회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중) 두 번에 한 번꼴 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투자은행들은 2~3차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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