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잘못된 ‘중국산’ 연상효과
잘못된 ‘중국산’ 연상효과
인터넷에서 ‘화웨이가 출고가 15만4000원짜리 스마트폰 ‘Y6’를 한국에서도 출시했다’는 기사를 찾아 읽다가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한결같이 ‘중국산’이란 수식어를 함께 달거나, 회사 이름 앞에 ‘중국 스마트폰 회사’란 설명이 붙어 있다. 화웨이는 중국의 통신장비 회사이고, Y6는 중국 주하이에 있는 미국 기업 소유의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니 틀린 설명은 아니다.
그런데 애플 아이폰 출시 기사에는 아이폰을 ‘미국산’이라고 하거나 애플이 ‘미국 스마트폰 회사’라는 설명이 없다. 소니 스마트폰 출시를 알리는 기사에도 ‘일본산’ 내지 ‘일본 스마트폰 회사’란 설명은 없다. 대신 뭉뚱그려서 ‘외산’이란 표현을 썼다. 국내에 유통되는 스마트폰이 ‘국산’, ‘외산’, ‘중국산’으로 분류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외산과 중국산을 왜 따로 분류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스마트폰 생산 공장의 위치를 기준으로 하면, 애플의 아이폰도 ‘중국산’이다. 대부분 중국에 있는 폭스콘(대만 홍하이정밀공업의 중국 자회사)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들에게 공급되는 티지앤컴퍼니의 ‘루나’ 스마트폰 역시 폭스콘 공장에서 만들어지니 중국산이다. 같은 맥락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베트남산’이 많다. 각 브랜드 스마트폰에 장착된 부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핵심 칩은 퀄컴과 삼성전자, 메모리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디스플레이는 엘지(LG)디스플레이와 삼성에스디아이(SDI), 운영체제는 구글이나 애플 것을 많이 장착한다.
그런데 국내 언론들은 왜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 기사에만 ‘중국산’ 내지 ‘중국 스마트폰 회사’라는 설명을 붙일까. 독자들이 화웨이란 회사 이름과 이 회사의 스마트폰 브랜드를 낯설어할 것 같아 설명을 달아주는 것이라면 ‘친절하다’고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중국산이라는 설명이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이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중국산’, ‘저가’라고 하면 ‘싸구려’가 먼저 연상되는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이 루나를 출시하면서 티지앤컴퍼니란 국내 중견업체를 내세운 것도 중국산으로 분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엘지유플러스(LGU+) 가입자 전용으로 공급되는 Y6의 출고가는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낮다. 월 2만9000원짜리 요금제 기준 Y6의 단말기 지원금이 13만4000원으로, 유통점 별도 지급분(지원금의 15%까지)을 포함하면 공짜로 받아 쓸 수 있다. Y6는 5인치 고화질(HD) 디스플레이와 800만화소급 후면 카메라를 장착하고, 360도 파노라마 촬영과 스마트 얼굴인식, 울트라 스냅샷 등의 기능도 갖추는 등 가격 대비 성능에서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20만원대 후반으로 돼 있던 국내 보급형 스마트폰의 가격대를 10만원대 중반으로 끌어내린 ‘공신’이다.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은 스마트폰에 싸구려 이미지를 덧씌우면 소비자 선택권이 방해를 받는다. Y6의 경우, 화웨이가 아니라 스마트폰 가격 문턱이 낮아지기를 기다려온 국내 소비자가 더 큰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화웨이의 한 임원은 이를 “텃세”로 표현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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