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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무능·무책임…순환출자 불확실성 키우는 공정위

등록 2015-12-30 20:01

현장에서
“(현대제철이) 알려오지 않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질의도 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발생한 순환출자 고리가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뒤늦게 파악한 것에 대해 내놓은 해명이다. 순환출자는 ㄱ회사→ㄴ회사→ㄷ회사→ㄱ회사 식으로 지분을 출자해 손쉽게 계열사들을 늘리지만 한 회사가 무너지면 다른 회사도 무너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3년 공정거래법을 고쳐 2014년 7월부터 새 순환출자 고리를 막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올해 4월 합병 계획을 공시했고, 5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7월1일 ‘합병 현대제철’이 출범했다. 주요 언론은 물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잘 알려진 내용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의 변화를 살펴보지 않다가, 현대제철이 10월 질의를 하자 그때서야 검토에 들어갔다. 심지어 현대제철보다 늦은 9월2일 출범한 ‘합병 삼성물산’의 순환출자 고리를 살펴보면서도 현대제철 문제는 질의가 있기 전까지 파악조차 못했다. 그러고는 현대제철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공정위에 신고할 의무는 없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당시 공정위는 15개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287개(4월 기준)라고 밝혔다. 재벌들이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했다. 1년 뒤 공정위가 직접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계산하자 순환출자 고리는 이보다 340배나 많은 9만7658개였다. 재벌들의 신고에만 의존해오다 큰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여전히 사실 파악을 재벌에 미루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에 판단도 늦었다. 공정위는 합병 삼성물산과 합병 현대제철에 합병 이후 6개월 안에 강화된 순환출자를 해소하라고 12월24일에 통보했다. 삼성물산은 내년 3월1일까지, 현대제철은 내년 1월1일까지 합병으로 늘어난 지분을 해소하도록 결정했다. 삼성그룹은 2개월 안에 삼성에스디아이(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현대차그룹은 1주일 안에 현대차·기아차가 보유한 현대제철 주식 881만주를 매각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게 된다. 이 때문에 두 그룹 모두 연기를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법에 연기 조항이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예측불가능한 공정위의 태도는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 현대제철의 합병이 순환출자 금지 위반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30일 현대제철의 주가는 전날보다 4.49%(2350원) 급락했다.

이정훈 기자
이정훈 기자
공정위는 2013년 12월31일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해 “순환출자와 관련한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시장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대기업집단 규율 체계의 큰 틀을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법 집행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법 위반 여부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관련 판단도 뒤늦게 하면서 규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를 자초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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