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인수 주체인 금호기업에
금호재단과 죽호학원, 직간접 출자
주식 매입가격, 현 시세보다 3배 비싸
경제개혁연대 “공익법인 악용 사례”
박 회장 등 배임 혐의로 고발키로
금호재단과 죽호학원, 직간접 출자
주식 매입가격, 현 시세보다 3배 비싸
경제개혁연대 “공익법인 악용 사례”
박 회장 등 배임 혐의로 고발키로
금호가 설립한 금호아시아나재단(금호재단)과 죽호학원(금호고등학교 등 운영) 등 2개 공익법인이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 회복을 돕기 위해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해 금호기업 주식 650억원어치를 산 것은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공익법인을 악용한 것으로 배임 혐의가 짙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5일 발표한 ‘재벌의 공익법인 악용 현황 및 대책’보고서(이은정 실행위원)에서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지난해 10월 세운 금호기업에 금호재단에서 400억원, 죽호학원에서 150억원을 출자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금호재단은 금호기업의 보통주 6.9%와 우선주 57.1%를, 죽호학원은 우선주 42.9%를 보유하게 됐다. 또 공익법인들이 100% 출자한 케이에이, 케이에프, 케이아이 등 3개 회사도 금호기업에 100억원을 출자해 보통주 3.4%를 갖게 됐다. 결국 두 공익법인과 3개 자회사가 금호기업에 출자한 돈은 모두 650억원으로, 금호기업 총 출자금 3262억원의 20%에 달한다.
박삼구 회장 부자는 이와 별도로 금호기업에 1301억원을 출자해 지분 57.4%(아시아펀드 포함)를 확보했다. 박 회장은 금호기업 출자금과 외부 차입금을 합친 7228억원으로 금호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 주식 ‘50%+1주’를 채권단한테 사들여, 2009년 이후 6년 만에 경영권을 되찾았다.
보고서는 박 회장이 금호기업을 통해 인수한 금호산업의 주가가 당시 주당 4만1213원으로 4일 현재 주가 1만3800원보다 3배 비싼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박 회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 비싼 프리미엄을 지불할 이유가 있지만, 공익법인과 자회사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재벌이 공익법인을 이용해 지배권을 유지·강화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박 회장을 포함해 공익재단과 자회사의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금호재단이 박 회장을 지원한 과거 전력도 함께 공개됐다. 보고서는 “두 공익법인은 2009년 박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금호석화와 금호산업 주식을 사들여 지원했고, 2012년에는 금호석화 지분을 팔아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2015년에는 금호타이어 지분을 팔아 금호기업에 출자했다”면서 “금호재단은 금호타이어 주식 매매에서만 273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분석했다.
공익법인들은 이 과정에서 상속증여세법과 공정거래법의 헛점도 이용했다. 보고서는 “현행 세법은 공익법인이 출연재산으로 의결권 있는 주식 5%(성실공익법인은 10%)를 초과 취득하면 증여세를 부과하는데, 금호재단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200억원씩 나눠 출자하는 편법으로 보통주 지분율(6.9%)을 10% 이하로 낮췄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케이에이와 케이에프는 아시아나항공의 청소와 케이터링을 맡아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있지만, 총수 일가 대신 공익법인이 소유해 법 규제를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공익법인의 특수관계 법인에 대한 주식 취득 한도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기본 재산 처분을 위한 주무관청의 승인 강화, 재벌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금지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