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다 수입 더 줄어든 ‘불황형’
경상흑자도 1000억달러 넘을 듯
경상흑자도 1000억달러 넘을 듯
지난해 상품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4년간 이어진 무역 규모 1조달러 달성이 불발된 데다 불황형 흑자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상품수지 흑자가 99억8000만달러에 달했다고 5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11월 상품수지 흑자 합계는 1091억2000만달러(약 129조6300억원)로 처음으로 연간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지에 서비스수지 등을 더한 경상수지도 4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같은 기간 979억9000만달러로 늘었다. 경상수지도 앞으로 집계될 12월 실적을 합하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게 확실하다.
하지만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11월 수출액은 5027억9000만달러로 2014년 같은 기간보다 10.3% 감소하고 수입액은 3936억7000만달러로 17.9% 줄었다. 이런 불황형 흑자 현상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과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에도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상황은 불황으로 국내 수입 수요가 크게 줄어 발생하는 전형적 불황형 흑자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수출과 수입의 동시 위축은 내수가 뚜렷한 회복세를 띠지 못하는 가운데 원자재 수출국 등의 경기 둔화가 맞물려 발생하는 것이라 문제점이 덜하지 않다.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덜 받는 주요 수출품목인 디스플레이 패널(-25.4%), 반도체(-9.8%), 승용차(-9.2%) 등의 수출 감소율이 지난해 11월 커진 것도 세계적 수요 부진의 그늘을 보여준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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