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채널 다양해져 고객 이탈
생보 설계사 4년새 2만여명 줄어
생보 설계사 4년새 2만여명 줄어
보험설계사 조아무개(44)씨는 요즘 고객들한테 “온라인 보험보다 왜 보험료가 더 비싸냐”는 불평을 자주 듣는다. 처음엔 사후 관리의 중요성 등 설계사를 통한 보험 가입의 장점을 구구절절 설명했으나 요즘은 포기 상태다. 조씨는 “그 차액만큼 ‘고가의 사은품을 달라’거나 ‘한 달 치 보험료를 대신 내달라’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텔레마케팅, 방카·카드슈랑스, 홈쇼핑에 이어 온라인까지 갈수록 보험가입 통로가 다양해지면서 점차 설계사들의 설자리도 줄어 들고 있다. 최근엔 지난해 11월 문을 연 온라인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로 직격탄을 맞았다. 한 푼이라도 보험료를 아끼려는 가입자들이 보다 저렴한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갈아타고 있어서다.
설계사들의 입지 약화는 이들의 수가 계속 줄고 있는데서도 드러난다. 11일 생명보험협회에 등록된 전속 설계사 수를 보면, 2011년 14만1811명에서 2015년11만8986명으로 4년새 2만2000여명이 줄었다. 손해보험협회에 등록된 설계사 역시 지난 2011년 9만3032명에서 2015년 8만4005명으로 9000명 가까이 줄었다. 반면 설계사를 통하지 않은 보험 시장은 성장세에 있다. 특히 자동차 보험의 경우 온라인 가입자 비율이 2001년 5.1%에서 2014년 말 36.9%로 7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온라인 상품이 오프라인보다 17~18% 이상 저렴해지면서 설계사들의 위기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일부 설계사들은 “보험다모아가 설계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사이트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설계사 중심의 보험 판매는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보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생명보험 성향 결과’를 보면, 보험 가입때 관련 정보를 얻는 통로로 설계사를 꼽은 비율이 여전히 87.8%(복수응답 허용)에 이르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한국인의 특성상 신뢰와 인맥에 바탕을 둔 대면채널이 가장 강력한 무기다. 2008년 방카슈랑스 출범 때도 설계사들이 시위를 벌이며 반발했지만 예상만큼 큰 타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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