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콘텐츠 경쟁력 강화 겨냥
창작자 기반 생태계 구축 계획
창작자 기반 생태계 구축 계획
카카오와 에스케이플래닛(SKP)이 ‘원수지간’서 ‘혈맹의 동지’로?
카카오는 11일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홍콩계 사모펀드와 에스케이플래닛으로부터 1조874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카카오의 콘텐츠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로, 로엔은 대표적인 모바일·온라인 음악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회사이자 인기 가수 아이유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이다.
애초 로엔의 최대주주는 모바일 상품권과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카카오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에스케이플래닛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홍콩계 사모펀드가 에스케이플래닛의 로엔 지분 67.6% 가운데 52.6%를 2659억원에 사들이면서 주인이 바뀌었다. 에스케이플래닛 관계자는 “회사 분할 과정에서 로엔이 그룹 지주회사의 증손회사가 됐는데, 공정거래법 규제로 로엔 지분을 시장에서 모두 사들이거나 15% 이하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에스케이플래닛의 알짜사업으로 꼽혔던 ‘멜론’은 사모펀드의 손을 거쳐 카카오한테 넘어오게 된 셈이다.
카카오는 로엔 인수 배경에 대해 “음악은 영상과 함께 모바일 시대에 가장 사랑받을 수 있는 콘텐츠다.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셜 네트워크와 접목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티스트 중심의 모바일 창작 커뮤니티를 마련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음악 전문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가 로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754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에스케이텔레콤의 자회사인 에스케이플래닛에 배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 카카오는 “3월14일 신주가 상장되면 에스케이플래닛이 카카오 지분을 2%가량 보유하게 된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에스케이플래닛은 그동안 ‘원수지간’이나 다름없었다. 카카오가 에스케이플래닛의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모바일 상품권(기프티콘) 서비스를 송두리째 빼앗은 데 이어 내비게이션 서비스 ‘김기사’를 인수해 ‘티맵’에 도전장을 냈고, 에스케이플래닛은 이들 서비스와 관련해 카카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2차례나 신고를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지분이 2%에 불과하고, 경영 참여도 없다. 그냥 소액주주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케이플래닛은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은 동반자가 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곳이 기업의 세계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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