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민간기관들 모두 2%대 제시
번번이 예측 빗나가 신뢰도 추락
번번이 예측 빗나가 신뢰도 추락
“경제 외적 고려는 단연 없다.” “3%가 낙관적이라고 볼 순 없을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0%로 전망한 것에 대해 14일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총재가 이렇게 해명할 정도로 한은의 경제 전망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내수 부문은 소비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보이나 대외 수요 개선이 늦어지며 경기 회복세가 완만하다”며 올해 3.0%(상반기 3.1%, 하반기 2.9%) 성장을 전망했다. 중국 경제의 부진 등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췄다. 민간소비 2.4%, 설비투자 3.8%, 건설투자 3.5%, 수출은 2.2% 성장을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로 추정했다.
기관별 성장률 전망치는 3%대냐 2%대냐로 나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3.1%,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를 제시했다. 엘지(LG)경제연구원은 2.5%, 현대경제연구원은 2.8%를 예상한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6개 외국 투자은행 평균치는 2.6%다. 정부 쪽은 모두 3%대를 제시했고 한은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한은의 전망치는 그동안 번번이 빗나간 데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여 경제주체들에게 좌표로서의 기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성장률 3.4%를 예상했으나, 그해 4·7·10월 수정 전망에서 3.1→2.8→2.7%로 낮췄다. 한은은 지난해 경제가 메르스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로 부진했던 측면도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난 수년을 돌아보면 경기 예측력 하락을 돌발 변수 탓만으로 돌리기 어렵다. 연초 전망치보다 실제 성장률이 2011년 0.8%포인트, 2012년 1.4%포인트, 2014년 0.5%포인트 낮았다. 정부를 의식해 ‘전망 인플레이션’을 반복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 대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012년부터 4년 연속 1%포인트 이상 빗나갔다.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기인 2013년 1월 전망치는 실제 성장률과 0.1%포인트(전망 2.8%, 실제 2.9%)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거꾸로 2010년에는 전년도의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실제 성장률이 전망치를 1.9%포인트나 웃돌았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은의 전망 적중도가 10개 기관들 중 하위권이라며 “막강한 연구 인력과 전통을 가진 한은의 전망이 매번 부정확하고 실적치와 편차가 크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3분기에 전분기 대비 1.3% 성장한 경제가 4분기에 0.9% 성장하면 2015년 전체로 2.7% 성장한 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지난해 2.6% 성장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성장세가 지난해 말 더 꺾였다는 것이어서 올해 상반기에 한은 예상대로 될지가 더 의문시된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1.5%로 7개월째 동결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한국은행의 연초 경제성장률·물가전망치와 실제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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