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이 하락세를 거듭하는 가운데 울트라슬림노트북 시장만 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울트라슬림노트북은 가장 두꺼운 부분 두께가 23㎜이하인 포터블 컴퓨터, 컨버터블 노트북, 미니 노트북 등을 뜻한다.
17일 시장조사기관 아이디시(IDC)자료를 보면, 국내 피시 시장은 2013년 508만여대에서 2014년 485만여대로 줄었다.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 약 354만대가 팔려 400만대를 겨우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노트북 시장도 같은 기간 약 230만대, 약 228만대로 줄어든데 이어 지난해 3분기 183만대 판매에 그쳤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난해 출하된 피시가 약 2억7600만대로 전년 대비 10.4%가 줄었다.
이런 사정에서 울트라슬림노트북만 성장하고 있다. 2013년 67만5천대가 국내에서 팔려 전체 노트북 시장에서 29.4%를 차지했지만, 이듬해에는 85만1천대로 37.3%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만 85만8천대가 팔려 이미 전년도 판매량을 추월했고, 점유율 역시 46.9%로 크게 늘었다. 전자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배터리 기술 향상으로 장시간 사용이 가능하면서도 가벼운 노트북을 선호하는 트렌드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유일하게 성장하는 울트라슬림노트북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노트북9’을, 엘지(LG)전자는 ‘그램’을 들고 다투고 있다. 지난해 1분기까지 삼성전자가 점유율 44.1%로 엘지전자(35.8%)를 앞섰지만, 2분기에는 뒤집혔다. 엘지전자가 점유율 36.2%로 삼성전자(30.1%)를 따돌렸고, 3분기에는 엘지전자가 선두를 유지했지만 격차는 3.7%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연초부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역전’과 ‘수성’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초경량 노트북 ‘900X3L’(840g) 등 새 모델을 지난 6일 시장에 내놓아 판매 열흘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주력 모델인 900X3L은 15인치(38.1㎝) 화면에 90분 안에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또 지난해 말 무선사업부 안에 ‘피시사업팀’을 3년만에 다시 만들면서 사업에 집중력을 높였다.
엘지전자는 인기를 끌어온 ‘그램시리즈’의 최종판으로 ‘그램 15’를 선보였다. 15.6인치(39.6cm)의 대화면에도 980g으로 앞서 인기를 끈 13·14인치의 ‘그램 시리즈’ 인기를 몰아가겠다는 계획이다. 완전 충전시 최대 10시간30분까지 쓸 수 있고, 오디오 명가 울프슨의 기술로 고음질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신제품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쪽은 “노트북 9 등 초슬림 경량화 제품으로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엘지전자 쪽은 “‘그램 15’가 돌풍을 일으켜 올 ‘그램 시리즈’ 국내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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