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인수 뒤 헬로모바일 합칠 경우
알뜰폰도 가입자 점유율 1위
정부 까다로운 인가 조건 내걸수도
SKT관계자 “되파는 방안 검토중”
‘CJ에 통신망 대여’ KT에 매각 가능성
알뜰폰도 가입자 점유율 1위
정부 까다로운 인가 조건 내걸수도
SKT관계자 “되파는 방안 검토중”
‘CJ에 통신망 대여’ KT에 매각 가능성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씨제이(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이 업체의 케이블방송 플랫폼 사업만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에 합병하고, ‘헬로 모바일’ 브랜드의 알뜰폰 사업은 다시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씨제이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은 업계 1위로,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가 87만명에 이른다.
에스케이텔레콤 고위임원은 18일 <한겨레>와 만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 목적은 케이블방송 플랫폼 확보이지 알뜰폰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 씨제이에 지불한 대가 정도를 받고 되파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임원은 “씨제이헬로비전 인수 협상 과정에서 내부 소통이 안돼 알뜰폰 사업을 미리 정리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정부 인가 과정에서 강력한 인가조건이 달리는 등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적절한 시점을 골라 씨제이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 정리 방안이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에서 보면, 씨제이헬로비전 인수로 넘어올 헬로 모마일 사업은 ‘계륵’에 가깝다. 갖자니 강력한 인가 조건이 달릴까 걱정되고, 버리자니 씨제이 쪽에 이미 대가를 지불한데다 87만이나 되는 가입자도 아깝다. 헬로 모바일 사업은 기존 알뜰폰 자회사인 에스케이텔링크와 합쳐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에스케이텔링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30% 가까이로 높아진다. 이에 “에스케이텔레콤이 이동통신에 이어 알뜰폰 시장까지 장악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에스케이텔레콤의 이동통신 가입자점유율이 다시 50% 위로 높아진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 이후 15년 가까이 1위 사업자의 가입자점유율 하향과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 정책을 펼쳐왔는데, 이를 ‘도로아미타불’로 만드는 꼴이 되는 셈이다. 헬로 모바일이 케이티 통신망을 빌려서 사업을 해왔던 점도 부담스럽다. 에스케이텔레콤이 경쟁업체인 케이티 이동통신망을 싸게 빌려 쓰는 ‘이상한’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케이티(KT) 역시 씨제이헬로비전이 에스케이텔레콤에 인수되면 통신망 임대 계약을 파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티 임원은 “통신망 임대 계약서에 ‘신의원칙 내지 경영상 중대한 변동’이 발생하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이를 근거로 계약을 파기하기로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하고, 법률 검토까지 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케이티가 씨제이헬로비전과 맺은 통신망 임대 계약을 파기하면, 씨제이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들은 다른 이통사나 알뜰폰 업체로 옮겨가야 한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 쪽의 말을 들어보면, 케이티가 씨제이헬로비전의 헬로 모바일을 인수해 ‘엠모바일’과 합병할 가능성도 있다. 엠모바일은 케이티의 알뜰폰 자회사로, 알뜰폰 업계 8위(가입자 30만명)쯤 된다. 엠모바일이 헬로 모바일과 합쳐지면 알뜰폰 업계 1위(가입자 127만)가 된다. 케이티 임원은 “통신망 임대 계약서에 필요하면 가입자를 넘겨받을 수 있다고 돼 있고, 적정한 가격에 가입자를 넘겨받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가입자들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공식적으로는 헬로 모바일 인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엘지유플러스(LGU+)와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가 무산되어야 한다는 최우선 목표에 대외적으로 균열이 생길까 우려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윤종진 케이티 홍보실장은 “헬로 모바일을 인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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