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이엘(TEL) 308 공구’ 조감도
싱가포르 지하철 3000억원에 따내
현대건설과 손잡아 높은 점수
두바이 매각 이후 신인도 상승
최고급 호텔 등 3개 공사 잇단 성사
현대건설과 손잡아 높은 점수
두바이 매각 이후 신인도 상승
최고급 호텔 등 3개 공사 잇단 성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거쳐 지난해 외국계 투자자에게 매각됐던 쌍용건설이 글로벌 건설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최근 한달 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와 싱가포르에서 19억달러(2조3천억원) 상당에 이르는 4건의 대형 공사를 연이어 따내는 등 거침없는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쌍용건설은 최근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도심 지하철 ‘티이엘(TEL) 308 공구’ 공사 계약을 2억5200만달러(약 3천억원)에 따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달 두바이에서 최고급 호텔 등 3개 프로젝트를 16억달러에 수주한 지 한달 만이다. 이번 공사는 싱가포르 남북을 가로지르는 도심 지하철 ‘톰슨 라인(Thomson Line)’ 남쪽의 동부 해안 지역을 연결하는 것으로 아파트 밀집 지역을 지나는데다 연약한 지반 아래에 건설해야 하는 고난도 구간이다. 전체 1.78km 구간에 1.34km 길이의 터널 2개(쌍굴)와 역사 한 곳을 짓게 된다.
쌍용건설은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지난 2014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2015년 2월에 두바이투자청(ICD)에 매각됐다. 당시 업계에선 자산 규모만 217조원(2014년 기준)인 두바이투자청이 국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던 쌍용건설을 품에 안으면서 중동과 아시아 건설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쌍용건설은 쌍용그룹 해체 이전인 1996년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 순위에서 6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구제금융사태 여파로 그룹이 해체되고 1998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시련을 겪었다. 이후 2004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채권단이 새 주인을 찾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두바이투자청이라는 새 주인을 맞은 쌍용건설은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 수주는 쌍용건설의 기술력에 높아진 회사 신인도가 더해진 결과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저가 낙찰제가 적용되지 않고 시공능력, 기술력, 안전관리 능력, 경영평가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 ‘피큐엠(Price Quality Method)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졌는데, 쌍용건설은 비가격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경쟁사들을 제쳤다.
앞서 쌍용건설은 최고 난이도 지하철 공사로 꼽히는 싱가포르 도심 지하철(DTL) 921공구 공사를 지난해 성공적으로 마쳐서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기술력과 안전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두바이투자청을 대주주로 맞이한 이후 국내외 신인도가 대폭 상승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3월 싱가포르 정부 발주공사 참여 신용등급 가운데 최고인 비시에이 에이1(BCA A1) 등급을 회복했다. 또 쌍용건설이 주간사로서 75%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함으로써 국내 건설사끼리 저가입찰의 출혈 경쟁을 하지 않았던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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