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원 인사가 임박한 포스코가 경영 수뇌부 인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입김 작용설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포스코는 31일 “이르면 2월1일, 늦어도 2일에는 임원 인사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의 최대 관심은 권오준 회장에 이어 서열 2위인 김진일 대표이사 사장과, 떠오르는 실세로 불리는 황은연 부사장의 거취다. 생산총괄본부장인 김 사장이 포스코에서 물러나 포스코건설 부회장으로 옮기고, 대신 경영인프라본부장(인사·홍보 등 담당)인 황 부사장이 사장 승진과 함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멤버인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영훈 부사장과 법무실장인 송아무개 부사장도 퇴진설이 나온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7월 경영쇄신 차원의 인사가 단행된 지 6개월밖에 안 된데다, 포스코 사내 등기이사 5명 중에서 김 사장과 이 부사장 등 2명이 임기를 1년 남기고 동시에 물러나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960억원의 적자(연결재무제표 기준)를 기록한 악재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작 포스코 안에서는 김 사장의 퇴진과 황 부사장의 급부상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권력실세 입김 작용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황 부사장은 포스코를 위기를 빠뜨린 정준양 전 회장 체제에서 핵심업무(홍보·대관 등)를 맡다가 2014년 초 권오준 회장 취임과 함께 포스코에너지 사장으로 밀려났으나, 지난해 7월 포스코 부사장으로 전격 복귀해 화제가 됐다.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황 부사장 승진에 황교안 총리와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사내에 무성하다”며 “황 부사장과 황 총리는 성균관대 법대 동문으로 평소 가까운 관계이고, 지난해 본사 복귀 때에도 입김설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황 부사장이 사내에서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정·관·언론계에 두루 발이 넓은 것은 맞지만, 정치권력 입김설은 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014년 권오준 회장을 발탁하면서 정준양 전 회장 때의 부실과 잔재를 신속히 정리하고 정상화를 이루기를 기대했으나 성과가 미흡하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의 3년 임기 중에서 아직 1년이 남았고, 포스코 회장이 첫 임기 중에 교체되는 것은 김영삼 정부 이후 전례가 없는데다, 애초 청와대가 권 회장을 발탁한 게 잘못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이어서 권 회장을 당장 퇴진시키는 게 부담이 된 것 같다”며 “권 회장이 자리는 유지하되 앞으로 황 부사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전했다.
임원 인사는 애초 지난 28일 정기이사회 직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권 회장이 김 사장 퇴진-황 부사장 승진 안에 부정적이어서 늦춰진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 임원은 “주말에도 인사안 검토가 계속돼 최종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며 “김 사장이 물러나거나 잔류할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황 부사장의 사장 승진과 등기이사 선임은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권 회장이 지난 2년간 포스코 정상화에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임원 인사에 정치권력 개입설이 나오는 것에는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포스코의 핵심 과제는 정치권력이 전리품으로 간주해 인사에 관여하고, 이를 이용해 (이명박 정부 때 이상득 전 의원처럼) 이권을 챙기면서, 포스코 경영이 흔들리고 부정비리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끊는 것”이라며 “만약 인사에 정치권력이 개입한 게 사실이라면 포스코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 시장신뢰 회복은 요원하고, 한국 최고 기업으로서 위상을 되찾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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