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6% 증가…4년 연속 기록 경신
수입 감소가 수출 감소 압도 ‘불황형’
수입 감소가 수출 감소 압도 ‘불황형’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여서 의미가 반감된다.
한국은행은 2015년 경상수지가 1059억6천만달러(약 127조36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2014년보다 25.6% 늘어난 것으로, 2012년부터 4년 연속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고쳐 썼다.
상품수지 흑자는 1203억7천만달러에 이른다. 서비스수지는 메르스로 인한 외국인 여행객 감소와 글로벌 건설·운송 사업 부진으로 157억1천만달러 적자를 봤는데, 이는 2014년보다 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임금이나 투자 소득 지급· 수수를 따지는 본원소득수지는 59억달러 흑자였다. 원조 등 외국과의 무상 금전 거래를 계산하는 이전소득수지는 46억1천만달러 적자다.
상품수지 흑자는 지난해 12월(107억7천만달러)에도 이어져 46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74억6천만달러)를 이끌었다.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 건전성에 도움이 되고, 석유 등 외국 상품의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라 실질구매력 향상도 수반한다. 한은은 올해도 저유가의 영향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1000억달러에 육박하리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입 감소율(18.2%)이 수출 감소율(10.5%)을 앞지른 결과다. 수출이 늘거나 수출·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며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간 결과가 아니라서 불황형 흑자로 평가된다. 한은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의 거의 절반이 유가 하락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 경상수지 흑자 급증이 “금융위기 이후 국내 투자 부진을 반영한 ‘증상’이라는 점에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부진으로 인한 수입 수요 감소도 흑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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