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0.1% ‘황제경영’ 실태
총수 일가 관련없는 회사로 공시
신격호 총괄회장은 자료 미제출
공정위 “거래법 위반” 제재 착수
“다른 재벌 그룹 상황도 마찬가지”
시민단체 “상법 개정” 목소리
롯데 “지배구조 개선 노력중” 해명
총수 일가 관련없는 회사로 공시
신격호 총괄회장은 자료 미제출
공정위 “거래법 위반” 제재 착수
“다른 재벌 그룹 상황도 마찬가지”
시민단체 “상법 개정” 목소리
롯데 “지배구조 개선 노력중” 해명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이 일본 계열사 관련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를 잡고 제재에 착수했다. 참여연대 역시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을 상대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1일 롯데그룹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제출하고, 11개 계열사들이 주식 소유 현황을 허위 신고·공시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어 이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계열사들은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등 국내 계열사 11곳이다. 이들 기업은 자사 주식을 보유한 광윤사나 롯데홀딩스, 엘(L)투자회사 등을 신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와 연관이 없는 ‘기타 주주’라고 공정위에 신고하고 공시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소유 구조가 드러났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포착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 직후 롯데그룹으로부터 해외 계열사 출자 현황 등의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했다. 그 결과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해외 계열사 16곳(일본 15곳, 스위스 1곳)이 국내 롯데 계열사에 지분을 출자했다. 이에 따라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한 지분까지 더해져 롯데그룹의 내부 지분율은 62.4%(지난해 4월 말 기준)에서 85.6%(지난해 10월 말 기준)로 껑충 뛰었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롯데가 일본 해외 계열사를 기타 주주로 신고한 것에 대한 고의 여부를 판단해 법적 제재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허위 자료 제출이나 신고 시 벌금 1억원 이하와 그룹 총수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공정위는 롯데그룹 총수 일가 지분율은 2.4%로 롯데를 제외한 10대 재벌의 총수 일가 평균 지분율 2.7%보다 낮고, 순환출자 구조는 67개로 국내 대기업집단의 전체 순환출자 고리(94개) 가운데 71.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재벌들도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는 별반 차이가 없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0.7%)을 비롯한 총수 일가 지분율이 1.3%이며, 에스케이(SK)그룹은 최태원 회장(0.03%)을 비롯한 총수 일가 지분율이 0.4%로 롯데보다 적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후진적인 것은 많은 순환출자가 아니라 그동안 외부 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롯데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도 마찬가지여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과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등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신 총괄회장 고발을 고려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신규순환출자나 불공정거래행위 등은 공정위원장을 비롯해 조달청장, 감사원장, 중소기업청장만 고발할 수 있지만, 롯데그룹의 허위 자료 제출과 같은 위반 사례는 시민단체도 고발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어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8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티에프(TF)팀을 발족하고 호텔롯데 상장,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경영투명성 제고 등 중점 추진과제를 수행 중이다. 호텔롯데는 상반기에 상장할 계획이며,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 등 주요 계열사의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순환출자 고리 완전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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