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부터)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대한상의에 마련된 ‘경제 살리기 입법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 본부’를 찾아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담뱃값보다 물가 기여도 낮아”
체감 물가와 괴리 원인
정부의 ‘한은 차입’ 제한 의결
“성장률 전망치는 낙관적” 지적도
체감 물가와 괴리 원인
정부의 ‘한은 차입’ 제한 의결
“성장률 전망치는 낙관적” 지적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물가 측정 방식이 집세 상승을 과소평가해 물가 관리 정책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와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상당히 밑도는 게 문제라는 인식을 보이지만, 소비자물가지수가 현실과 체감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금통위에서도 나온 것이다.
2일 공개된 지난달 14일 금통위 회의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물가에서 제일 중요한 품목 중 하나가 집세인데, 2015년에 아파트 전세 가격이 6% 가까이 올랐으나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집세 기준으로는 2.5% 상승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집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여도(0.24%포인트)가 담뱃값(0.6%포인트)보다 낮다는 것은 실제 주거비 상승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현재 저물가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의 주거비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낮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제대로 편제되지 않으면 물가 흐름 판단에 애로가 생긴다”며 집세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2012년 이후 고정돼 있다는 문제를 짚었다. “전세 및 월세가 물가지수에 합리적으로 반영돼 있는지를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개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가 한은의 대출금을 손쉽게 쓰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의결도 이뤄졌다. 금통위는 △정부는 일시적 부족 자금을 한은 차입보다는 가급적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하고 △한은으로부터의 일시 차입이 일상적 부족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또 정부가 지속적으로 한은 차입금으로 해결하는 양곡관리특별회계의 기존 차입금 상환 계획을 적극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일시적 세수 부족을 메우려고 한은에서 돈을 빌리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이 금액이 급증해 지난해 누적액이 51조원에 이른다. 올해 한도는 40조원인데, 한은 차입금은 돈을 새로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교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3.1%)와 한은(3.0%)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낙관적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여건을 보면 긍정론에 비해 소비 여력 감소 및 해외 수요 부진 등으로 비관적으로 끌어갈 소재가 더 많아 보인다”는 견해를 보였다. 다른 위원도 “(한은) 관련 부서에서는 금년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소폭 높아지는 것으로 전망하나, 제반 여건을 고려해보면 하방 리스크(위험)가 더 커 보인다”고 했다. “소비절벽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발언도 나왔다.
한은 안팎에서는 금통위원 7명 중 4명이 오는 4월 한꺼번에 임기가 끝난다는 점에서 이들이 ‘소신 발언’을 쏟아낸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연초에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 등 안 좋은 뉴스가 쏟아지면서 금통위원들이 걱정을 많이 표현한 편이었다”고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