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은 심리를 마친 뒤에는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건강상태 확인위한 첫 법원 심리
불참 예상 깨고 재판정 나와 발언
여동생 “의사결정 도울 후견인 필요”
건강 점검해 후견인 지정 여부 판단
결과 따라 형제 경영권 분쟁 분수령
불참 예상 깨고 재판정 나와 발언
여동생 “의사결정 도울 후견인 필요”
건강 점검해 후견인 지정 여부 판단
결과 따라 형제 경영권 분쟁 분수령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판단력 등 정신적 건강상태를 법원에서 판가름하기 위한 첫 심리가 열렸다. 신 총괄회장은 당초 불참이 예상됐으나, 본인의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직접 밝히기 위해 법정에 나섰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따라 지난해부터 이어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3일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의 주재로 비공개로 진행된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에 직접 출석한 신격호 총괄회장이 “50대나 지금이나 판단능력에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년후견인제도는 질병이나, 장애, 노령 등의 이유로 온전한 판단을 하기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관리와 법률행위 등을 하는 제도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수창 변호사(법무법인 양헌)는 첫 심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전하며 “(신 총괄회장이) 사석에선 오히려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동생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갑자기 법정에 출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법정에 직접 나와 직접 진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좀 더 객관적인 모습에서 본인을 밝히는 것이라고 판단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79)씨는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에 동의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신정숙씨는 이날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재판정엔 들어가지 않았다. 신정숙씨의 법률대리인인 이현곤 변호사는 “언론에 보도된 대로, 건강 이상설이 있고 평범하지 않은 예전과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여와 성년후견인 신청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신 총괄회장은 간간이 이용하는 휠체어를 마다하고 부축도 받지 않은 채 걸어서 재판정까지 들어갔다. 다만 40여분간의 심리가 끝난 뒤엔 휠체어를 타고 내려온 뒤 기자들의 질문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떠났다.
이번 후견인 지정 여부는 현재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형제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만일 법원이 후견인 지정을 받아들인다면, ‘아버지가 장남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그동안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받은 위임장을 근거로 한·일 롯데그룹에 소송들을 제기했는데,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 위임장 자체가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반대로 후견인 지정이 필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올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 쪽은 현재 한·일 법정으로 옮아간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명분을 강화할 수 있다. 신 전 부회장 쪽은 지난해 7월말에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자신과 일부 이사들을 해임하려 했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대표권을 박탈하고 회장직에서 해임한 것에 절차상 흠결이 있다면서 도쿄 지방법원에 무효소송을 내는 등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후견인 지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신격호 회장은 앞으로 건강상태를 점검받게 된다. 필요하면 입원 감정까지 받을 수 있으며, 최종 판단까지 적게는 3~4개월, 많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 누가 후견인이 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신정숙씨는 신 총괄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씨와,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을 후견인 후보자로 신청했다.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빼고, 나머지 3명에서 후견인이 결정될 경우, 이들의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양상은 달라진다.
법원은 후견인을 아예 복수로 정하거나 후보자 이외의 제3자를 후견인으로 둘 수도 있다. 이 경우, 가정법원이 ‘전문가 후견인’이라고 미리 선발을 한 사람이나 법인 가운데 후견인이 결정된다.
이재욱 서영지 현소은 기자 uk@hani.co.kr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 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 회장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려는 듯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고 법정에 걸어 들어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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