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불법조성 논란 SDS 지분 판 돈
엔지니어링 증자 실권주 살 계획
주가 올라 실권 많지 않을듯
엔지니어링 증자 실권주 살 계획
주가 올라 실권 많지 않을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에스디에스(SDS) 지분 일부를 팔아 조성한 3천억원 가운데 상당액이 애초 목적인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쓰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이 인수하지 않은 미청약분(실권주)을 사들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올라 실권주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일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8110원으로 확정한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이날 삼성엔지니어링 종가는 1만1250원으로 발행가액보다 38.7% 높아 신주 발행 때 적용되는 평균 할인율 15%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오는 11~12일 1주당 신주 약 3.4주씩을 받을 수 있는 기존 주주 가운데 상당수는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주주가 신주를 많이 살수록 실권주가 줄어 이 부회장이 사들일 몫도 적어진다. 실적 악화로 자본잠식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부터 1조2천억원(1억5600만주)의 유상증자를 추진해왔다.
이미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 주주인 삼성에스디아이(SDI·13.1%)와 삼성물산(7.81%), 삼성생명(0.01%) 등은 신주 인수 계획을 밝혔다. 또 1월말 전체 신주인수권의 22.4%(2799만여장)가 거래됐다. 변성진 비엔케이(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 계열사와 기관, 신주인수권 매입 투자자가 신주의 절반 이상을 인수하고, 남은 신주 상당수도 기존 투자자들이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에 대해 “최대주주로서 경영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지분 인수 계획이 발표된 이후 주가가 올라 3000억원을 다 못 쓸 상황에 처했다. 더욱이 이 돈은 불법으로 부를 승계했다는 논란이 있는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조성된 것이어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쓰일 경우 사회적 비판이 일 수 있다. 삼성그룹은 “잔여 재원이 생길 경우 어디에 쓸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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