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사업자인 에넥스텔레콤은 ‘A제로 요금제’에 가입 신청이 폭주하자 3일부터 접수를 일시 중지했다. 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광화문우체국 알뜰폰 접수 창구에 ‘가입 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hani.co.kr
에넥스 ‘월50분 음성 무료’로 인기
설 부모님 선물 수요로 수요 급증
신청자 7만7천명 넘어 처리 못해
“우체국 온라인 접수 주말쯤 재개”
세종텔레콤·위너스텔 등도 일시중단
설 부모님 선물 수요로 수요 급증
신청자 7만7천명 넘어 처리 못해
“우체국 온라인 접수 주말쯤 재개”
세종텔레콤·위너스텔 등도 일시중단
알뜰폰 시장에 진짜 ‘대란’이 터졌다. 우체국을 통해 알뜰폰 가입자를 모집해온 알뜰폰 사업자들이 밀려드는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 신청을 제때 소화하지 못해 잇따라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하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쇄도하는 가입 신청을 소화하지 못해 신청 접수를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우정사업본부는 4일 “우체국에서 판매를 대행하는 알뜰폰 상품 가운데 에넥스텔레콤 물량 판매를 3일 오후부터 중단했다. 접수 재개는 온라인에선 6일, 우체국 창구에선 설 연휴가 끝나는 11일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에넥스텔레콤은 “1월4일 출시한 A제로·A2500·A6000 요금제 가입 신청자가 3일 현재 7만7천명에 이르는데, 콜센터 인력을 확충했는데도 2만7천여명을 처리하지 못했다. 익일 개통이 원칙인데, 당일 신청받은 물량의 70%밖에 처리하지 못한 터라 추가 접수를 며칠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에넥스텔레콤의 A제로 요금제는 기본료 없이 월 50분 음성통화가 공짜로 제공돼 인기가 치솟았다. 휴대전화를 주로 수신용으로 쓰는 어르신 가입자 등이 몰리면서 연초부터 ‘알뜰폰 대박’을 터뜨렸다. 여기에 설을 앞두고 부모님의 휴대전화 요금제를 바꾸려는 수요가 대거 몰렸다. 또 전화 발신량이 많지 않은 초등학생 가입자도 가세했다.
이날 머천드코리아와 세종텔레콤·위너스텔도 밀린 신청 물량 처리를 위해 각각 4~5일과 11~12일 가입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우정사업본부는 “A제로 요금제가 알뜰폰에 대한 관심을 키우면서 다른 사업자들도 처리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가입 신청이 몰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신청 접수를 중단한 뒤 콜센터 시설을 늘리는 등의 조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접수 중단이 갑작스럽다 보니 우체국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정사업본부는 “일부 손님은 ‘상품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거나 ‘사전 공지 없이 중단하면 어떡하냐’고 항의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성광 에넥스텔레콤 대표는 “가입 신청을 하려던 분들께 죄송하지만, 기존 신청자들과의 개통 약속이 있어 어쩔 수 없다. 콜센터 직원들이 연일 야근까지 하고 있으며, 설 연휴 때도 이틀은 근무하기로 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이어 “알뜰폰 요금제는 일단 출시하면 석달 동안은 가입자를 받도록 돼 있다. A제로 요금제의 경우, 적어도 4월3일까지는 가입 신청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 등 이통 3사는 어르신용으로 월 기본료 9900~1만6500원짜리 요금제를 내놓고 “기본료를 대폭 낮췄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알뜰폰인 에넥스텔레콤의 A제로 요금제는 월 기본료가 아예 없고 무료 음성통화 50분까지 따라온다. 함께 출시된 ‘A2500’ 요금제는 월 2750원에 음성통화 100분과 문자메시지 400건을, ‘A6000’ 요금제는 월 6600원에 음성통화 230분과 문자메시지 100건, 데이터 500MB까지 제공한다. 초과 통화에 대한 요금도 초당 1.8원으로 기존 이통 3사보다 싸다. 에넥스텔레콤은 “A6000 요금제는 기존 이통사의 월 3만3천원짜리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조건이 같아서 20~40대가 주로 가입한다”고 전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에넥스텔레콤의 ‘알뜰폰 대란’ 촉발 요금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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