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스위스·덴마크 등 유럽서 일반화
기현상 속출하고 은행들 딜레마
일본은행 16일 마이너스 돌입땐
세계 경제 1/4이 영향권 놓여
스웨덴 기준금리 -0.5% 추가 인하
옐런 의장도 금리 인상 조절 시사
기현상 속출하고 은행들 딜레마
일본은행 16일 마이너스 돌입땐
세계 경제 1/4이 영향권 놓여
스웨덴 기준금리 -0.5% 추가 인하
옐런 의장도 금리 인상 조절 시사
#1.
마이너스 금리에 빠진 세계 각국의 국채 규모가 최근 7조달러(약 8424조원)어치를 돌파했다. 일본 국채는 9일 10년물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했다.
#2.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일반화된 유럽에서는 예금에 대해 수수료를 떼겠다는 은행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세금을 더 많이 내려는 이상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여러 나라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고 마이너스 금리를 처방으로 쓰면서 곳곳에서 경제 이론과 통념이 도전에 직면했다. 일본은행이 16일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면 세계 경제의 4분의 1이 마이너스 금리 영향권에 놓인다. 100원짜리는 누가 뭐라 해도 100원짜리라서 현금의 ‘본질적 금리’는 0%라는 상식이 무참히 깨지고 있다.
스위스 율리우스베어은행은 최근 유로화 예금 전체에 마이너스 금리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은 이미 대형 은행 유비에스(UBS)처럼 은행 등 기관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스위스 슈바이츠대안은행도 소액 예금에 -0.125%, 10만스위스프랑(약 1억2400만원) 이상에는 -0.75%의 역금리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일찌감치 ‘마이너스 금리 실험실’이 된 덴마크에서는 지난해부터 일부 은행들이 기업·기관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매긴다. 일반 예금주에게 -0.5%까지 역금리를 적용하겠다는 은행도 있다.
유럽중앙은행과 스위스·덴마크·스웨덴 중앙은행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도입했지만 은행들은 일반 예금주에게 이를 적용하는 것을 주저해왔다. 그러나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장기화하자 일부가 금기를 깨기 시작한 것이다.
기현상은 수신금리 쪽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덴마크에서는 정책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 담보 대출자에게 은행이 되레 이자를 주기도 했다. 세금 문제에서도 역발상이 등장했다. 덴마크에선 지난해 세금을 일부러 더 내는 움직임이 일었다. 정부는 기업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피하는 한편 더 걷힌 세금에는 정산 때 1%의 이자를 쳐주는 것을 악용하는 게 아닌가 보고 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금융기관 전산프로그램이 마이너스 금리를 인식하지 못해 프로그램과 규정을 고쳤다.
이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논의는 ‘현실성이 있나’에서 ‘어디까지 가나’로 옮겨가는 중이다. 우르르 몰려와 예금을 빼가는 뱅크런의 우려도 있지만, 누군가 강물에 한번 발을 담그자 뒤따르는 무리도 겁 없이 뛰어드는 형국이다.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영역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고 공언한 상태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얼마나 더 기준금리를 깎을 수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경험은 현금 보유 비용 때문에 0%가 하한선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했다. 현금을 집에 두면 금리 0%는 보장받는 셈이지만, 그 경우 도난 걱정도 생기고 금고도 사야 하니까 어느 정도 마이너스 금리를 감수하리라는 논리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11일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에 필요하다며 -0.35%이던 기준금리를 -0.5%로 추가 인하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돈을 집이나 기업 금고에 쌓아놓는 ‘현금 퇴장’을 본격화시키지 않고 시행 가능한 금리의 하한선은 -1%라고 본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난 20년간 금 보관에 연평균 2.4%의 비용이 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게 마이너스 금리에 시사점이 있다고 밝혔다.
더 과감한 주장도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체이스는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사정을 보면 유로존은 -4.5%, 일본은 -3.5%, 미국은 -1.3%까지 일부 정책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덴마크 코펜하겐경영대의 예스페르 랑비드 교수는 -10%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블룸버그뉴스>에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금리를 올리는 중인 미국에서조차 마이너스 금리가 공론화되고 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10일 하원에 나와 “최근 금융시장의 경제성장 지지력이 약해졌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마이너스 기준금리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실행 못 할 이유를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우리 환경에서는 효과를 못 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준은 최근 은행 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 항목에 심각한 경기침체로 단기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경우를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 상황을 상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마이너스 정책금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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