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여파 단기 부동자금 늘어나
현금·요구불예금은 20% 이상 증가
현금·요구불예금은 20% 이상 증가
저금리와 투자 부진 속에 지난해 갈 곳을 못 찾은 부동 자금이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유동성이 매우 높은 ‘협의 통화’(M1)의 평균 잔액이 2014년보다 18.6% 증가한 636조639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2002년(21.8%) 이래 가장 큰 증가율이다. 이 중 현금은 70조1563억원으로 20.6%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159조9638억원으로 23.6%, 수시입출식예금도 406조5190억원으로 16.4% 증가했다.
협의통화에 2년 미만 정기예적금·금융채·금전신탁,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더한 ‘광의 통화’(M2) 평균 잔액은 2182조9119억원으로 8.6% 늘었다. 이는 2010년(8.7%)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돈을 단기적으로 굴리는 머니마켓펀드 평균잔액은 32.2% 늘었다. 이 현상은 연초에도 이어져, 1월 말 머니마켓펀드는 전달보다 16조8천억원 증가한 110조2천억원에 이른다.
반면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은 880조9083억원으로 증가율이 0%다. 정기예금에서도 기간에 따른 차별화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말 시중은행의 1년 미만 정기예금은 188조202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9% 증가했지만, 1년 이상 정기예금은 381조3516원으로 10% 줄었다.
저금리로 돈은 많이 풀렸으나 예금금리가 낮고 증시 등의 투자 환경도 좋지 않아 ‘대기성 자금’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 자금 증가 이면에서 장기 금융상품에 돈을 묶어두는 경향도 강화돼, 지난해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 평균잔액은 223조9059억원으로 22.3% 증가했다. 한은 금융통계팀 최영엽 부국장은 “노령화 추세 속에 개인연금저축 등의 증가세가 꾸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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